[금 투자 분석] 4,600달러 선 밀려난 국제 금시세와 중앙은행 매수세로 본 분할 매수 타이밍
금이 안전자산이라는 말은 오래전부터 들어왔지만, 솔직히 저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을 쓸어담듯 사들이는 걸 보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심지어 한국은행도 13년 만에 금 매입에 다시 나서겠다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단순한 유행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처음에 이게 단순히 불안심리 때문이라고 봤습니다. 그런데 직접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니 구조적인 이유가 따로 있었습니다.
핵심은 외환보유액 자산 다변화(diversification)입니다. 여기서 다변화란 특정 자산이나 통화에 쏠린 보유 비중을 줄이고, 리스크를 여러 자산으로 분산하는 전략을 의미합니다. 지금껏 대부분의 국가들은 외환보유액의 상당 부분을 미국 달러화 자산, 즉 미국 국채로 운용해 왔습니다. 그런데 2022년 러-우 전쟁 직후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을 동결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 사건이 전 세계 중앙은행들에게 충격을 준 것입니다. "달러 자산도 언제든 동결될 수 있구나"라는 인식이 퍼진 셈입니다.
세계금위원회(WGC)가 올해 2~5월 전 세계 중앙은행 73곳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5년 뒤 외환보유액에서 금 비중이 늘어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이 83%에 달했습니다([출처: 세계금위원회](https://www.gold.org)). 제가 이 수치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놀랐습니다. 일부 기관의 전망이 아니라 당사자인 중앙은행들 스스로 그렇게 답했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달랐습니다.
중앙은행들이 금 보유를 늘리는 이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미 달러화 집중 리스크 분산 (외환보유액 자산 다변화)
-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에 따른 안전자산 수요 증가
- 자국 통화 신뢰도가 낮은 국가의 통화 방어 수단 확보
- 미국과 갈등 관계에 있는 국가들의 달러 의존도 축소 전략
저는 이 흐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사례가 폴란드였습니다. 중국은 워낙 큰 나라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폴란드의 행보는 정말 예상 밖이었습니다.
세계금위원회 통계 기준으로 폴란드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은 2020년 228.7톤에서 현재 613.9톤으로 약 3배 가까이 불었습니다. 늘어난 절대량이 385.2톤으로, 중국의 증가량(383.2톤)보다도 많습니다. 세계 순위도 21위에서 10위로 껑충 뛰었습니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나라 입장에서 전쟁이 얼마나 큰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는지를 숫자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중국 역시 같은 기간 금 보유량을 1,948.3톤에서 2,331.5톤으로 늘리며 글로벌 순위를 6위에서 5위로 끌어올렸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러시아 외환보유액 동결 이후 중국의 월평균 금 매입 규모가 약 20톤 증가했으며, 이것이 금 가격 상승분의 20% 이상을 설명한다고 분석했습니다([출처: 골드만삭스](https://www.goldmansachs.com)). 제 경험상 투자 리포트를 볼 때 "구조적 수요 변화"라는 표현이 나오면 단기 노이즈가 아니라는 신호인데, 이번 흐름이 딱 그렇습니다.
튀르키예도 눈에 띕니다. 리라화 가치 하락이 심했던 시기를 거치면서 금 보유량을 394.6톤에서 532.7톤으로 확대했습니다. 이른바 통화 신뢰도 리스크에 대응하는 전략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한국은행이 금을 마지막으로 산 게 2013년이었다는 사실을 저도 이번에야 제대로 알았습니다. 그것도 20톤을 사들인 것을 끝으로, 보유 전량 104.4톤을 영국 중앙은행에 맡겨두고 아무런 추가 매입 없이 13년을 보낸 것입니다.
그 결과가 순위 하락으로 나타났습니다. 2020년 33위였던 한국의 금 보유량 순위는 현재 38위까지 떨어졌습니다. 5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 4,270억 달러 중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1%(48억 달러)에 불과합니다. 다른 나라들이 금을 쌓아가는 동안 한국은 사실상 제자리였던 셈입니다.
한국은행은 최근 런던 장외시장(OTC)뿐 아니라 국내에서 생산되는 금도 매입할 수 있는 채널을 새로 확보했다고 밝혔습니다. OTC 시장이란 거래소를 통하지 않고 기관끼리 직접 매매하는 시장을 뜻합니다. 장외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대규모 거래가 가능하고 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국내 채널까지 열었다는 것은 단순히 검토 차원이 아니라 실제 매입을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제가 직접 관련 흐름을 지켜보면서 느낀 건, 한국은행의 이번 행보가 늦었지만 맞는 방향이라는 것입니다. 외환보유액에서 1%대에 머무는 금 비중은 주요국과 비교해도 낮은 편입니다.
[금 매입 러시 - 한겨레]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제일 조심스럽게 봅니다. 전망치는 언제나 빗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UBS는 2027년 상반기 금값이 온스당 5,000달러에 근접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도이체방크는 올해 말 4,700달러, 스테이트스트리트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는 올해 말에서 내년 초 사이 5,000달러 도달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기관마다 시점은 조금씩 다르지만 방향성은 공통적입니다.
근거로 꼽히는 요인들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연준의 금리 인하 재개 기대감, 달러화 약세 가능성, 그리고 중앙은행의 구조적 매입 지속입니다. 실질금리(명목금리에서 물가 상승률을 뺀 값)가 낮아질수록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금의 상대적 매력이 올라갑니다. 실질금리란 돈을 빌리거나 굴렸을 때 물가 변동을 반영한 실제 수익률을 의미합니다. 금리 인하 사이클이 재개되면 실질금리가 내려가고, 금에 자금이 유입되는 흐름이 강화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위험 요인도 있습니다. 유가 상승이나 연준의 예상보다 매파적인 통화정책이 이어질 경우 시장 금리가 오르고, 금값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금 투자는 방향을 맞추는 것보다 진입 시점과 비중 조절이 훨씬 중요했습니다.
결국 지금의 흐름은 단순한 투기 수요가 아니라 중앙은행이라는 가장 보수적인 기관들이 주도하는 구조적 변화입니다. 이 변화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지정학적 환경과 달러 패권의 향방에 달려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 당장 금을 사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왜 세상에서 가장 신중한 기관들이 금을 사는지 그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관심이 있다면 세계금위원회의 연례보고서를 직접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숫자와 흐름이 한눈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전문가 상담을 통해 이루어지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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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marketin.edaily.co.kr/News/ReadE?newsId=08646086645545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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