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서울 낮 기온이 39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됐습니다. 2018년 세운 역대 최고기온 39.6도에 불과 0.6도 차이입니다. 저는 오전 8시에 잠깐 밖에 나갔다가 이미 30도가 넘는 열기에 그냥 들어와버렸는데, 오늘이 이번 폭염의 정점이 될 수 있다는 게 현실로 느껴졌습니다.
[태퐁 돌핀 한반도 영향]
열돔이 태풍마저 밀어냈다
이번 폭염의 핵심은 열돔(Heat Dome)입니다. 열돔이란 고기압이 대기 상층에서 뚜껑처럼 자리를 잡아 뜨거운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지표면에 쌓이는 현상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거대한 냄비 뚜껑이 한반도 위에 덮인 셈입니다.
그 결과가 어느 정도냐면, 북상 중이던 제13호 태풍 돌핀조차 이 고기압 덩어리를 뚫지 못하고 중국 상하이 남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태풍이 한반도 쪽으로 올라오려면 상층의 기류, 즉 지향류(Steering Flow)를 타야 합니다. 지향류란 태풍의 이동 방향과 속도를 결정하는 대기 상층의 흐름을 말하는데, 지금처럼 강한 고기압이 버티고 있으면 이 흐름 자체가 막혀버립니다. 태풍이 스스로 갈 길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 된 거죠.
여기에 푄(Foehn) 현상까지 겹쳤습니다. 푄 현상이란 바람이 산을 넘을 때 건조해지고 온도가 올라가는 기상 현상인데, 고기압에서 불어오는 동풍이 백두대간을 넘으면서 열을 품어 서쪽 지방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이것이 수도권과 전남 기온이 다른 지역보다 유독 높게 올라가는 이유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왜 서울이 대구보다 더 덥지?" 싶었는데, 지형 구조와 바람 방향이 맞물린 결과였습니다.
오전 8시 기준 서울은 이미 30.5도였고, 인천은 31.1도를 기록했습니다. 서울의 역대 최고기온은 2018년 8월 1일의 39.6도로, 근대 기상관측이 시작된 19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출처: 기상청] 오늘 예보대로 기온이 오른다면 그 기록에 아주 가까이 다가서게 됩니다.
오늘 주요 지역 예상 낮 최고기온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서울: 39도
- 인천: 38도
- 대전·광주: 37도
- 대구: 36도
- 부산: 34도
- 울산: 33도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 비구름이 온다
태풍이 한반도를 비켜갔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닙니다. 제가 이번 상황을 지켜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표현이 있는데, "살아서 폭염을, 죽어서 비구름을 남긴다"는 말입니다. 태풍 돌핀이 중국에 상륙해 소멸한 뒤에도 그 잔해에서 만들어진 비구름이 한반도로 유입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8일 토요일부터는 한반도 북쪽 고기압과 남쪽 태풍 사이에서 비교적 차가운 북동풍이 들어오면서 동해안과 제주 산지를 중심으로 비가 내릴 전망입니다. 강원 동해안과 산지에는 30~80mm, 경북 북부 동해안에는 20~60mm의 강수가 예상됩니다. 기온도 소폭 내려가 낮 최고기온이 27~36도 수준으로 떨어지겠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너울(Swell)입니다. 너울이란 태풍이나 먼 해상의 폭풍이 만들어낸 파도가 먼 거리를 이동해오는 현상으로, 해안에서는 파고가 갑자기 높아져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제주 해안은 오늘 밤부터, 전남 남해안은 7일 밤부터, 동해안은 8일부터 강한 너울이 들어올 것으로 보입니다. 남해 동부 바깥 먼바다에서는 최고 5m 이상의 파고도 예상됩니다.
너울성 파도는 바람이 없고 날씨가 맑아 보여도 갑자기 밀려오기 때문에 예측이 어렵습니다. 뉴스에서 매년 여름 "날씨가 좋은데 갑자기 파도에 휩쓸렸다"는 사고가 나오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저도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태풍이 우리나라를 비켜갔는데 해안 접근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잘 납득이 안 됐습니다. 하지만 너울의 특성을 알고 나니 오히려 태풍이 직접 올 때보다 방심하기 쉬운 상황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온열질환(Heat-related Illness)도 지금 당장 챙겨야 합니다. 온열질환이란 고온 환경에서 체온 조절 기능이 무너지면서 발생하는 일련의 질환으로, 열경련, 열탈진, 열사병 등이 포함됩니다. 기온이 내려가는 주말 이후에도 평년보다 높은 수준의 폭염이 이어지는 데다, 열이 계속 쌓인 상태이기 때문에 오히려 체감 피로도는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온열질환자의 절반 가까이가 폭염 특보 기간 중 낮 12시에서 오후 5시 사이에 발생합니다([출처: 질병관리청](https://www.kdca.go.kr)).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대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낮 12시~오후 5시 야외 활동은 가능하면 피할 것
- 해안가, 갯바위, 방파제 접근 자제 (너울 주의)
- 수분 보충은 갈증을 느끼기 전부터 미리 할 것
- 주말 강원·경북 동해안 야외 일정은 재검토
이번 주 금요일인 7일까지는 폭염이 절정을 이루고, 주말부터 기온이 소폭 내려가겠지만 더위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고기압이 물러나는 틈을 타 비구름이 들어오는 형태라 기온 변화와 강수를 동시에 신경 써야 하는 복잡한 기상 상황이 이어집니다.
태풍이 직접 오지 않는다고 긴장을 풀 이유가 없습니다. 폭염과 너울, 두 가지 위험이 동시에 진행 중입니다. 기상청 예보를 하루에 한 번씩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불필요한 피해를 충분히 줄일 수 있습니다.
참고 : https://v.daum.net/v/20260806093649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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