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리포트를 보다가 "또 나왔네" 싶었습니다. 삼성전자 목표주가가 올해만 벌써 두 번째로 내려왔습니다. 저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오래 들고 있던 입장에서, 이번 흐름이 단순한 조정인지 아니면 뭔가 구조적으로 달라진 건지 따져봤습니다.
목표가 하향, 단순 조정인가 구조적 신호인가
일반적으로 목표주가 하향은 시장이 과민 반응하는 경우도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이번에는 단순히 숫자를 낮춘 게 아니라, 하반기 업황에 대한 시각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진출처 : 한경 코리아마켓]
키움증권이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43만원에서 39만원으로 내렸고, 이는 올해 3월에 이어 두 번째 하향입니다. 국내 주요 증권사 18곳 중 15곳은 목표주가를 유지하고 있으니 다수 의견과는 다른 방향이지만, 그렇다고 그냥 넘기기엔 배경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핵심은 EPS 성장률 둔화입니다. 여기서 EPS(주당순이익)란 기업이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순이익을 발행 주식 수로 나눈 값으로, 주주 입장에서 '내 주식 한 주가 얼마나 벌었나'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지금까지는 이 수치가 빠르게 올라왔는데, 하반기부터는 그 상승 속도 자체가 꺾일 가능성이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메모리 가격이 오르면 좋은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봤습니다. 그런데 메모리 가격이 올라가면 PC나 스마트폰을 만드는 업체들이 오히려 추가 구매를 줄이게 됩니다. 부품값이 오르면 완제품 가격도 올라야 하고, 그러면 소비자 수요가 줄기 때문입니다. 결국 가격 상승이 오히려 수요 둔화로 이어지는 역설적인 구조가 생깁니다.
여기에 중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 상승 우려까지 겹쳐 있습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위아래로 압박을 받는 형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익 피크아웃, 외국인은 이미 알고 있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실적은 계속 좋아지고 있는데 외국인이 팔기 시작한다는 게 처음엔 납득이 안 됐습니다. 그런데 데이터를 들여다보니 패턴이 보였습니다.
이익 피크아웃이란 기업의 이익 자체는 계속 증가하지만 그 증가 속도, 즉 증가율이 정점을 찍고 내려오기 시작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절대적 이익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이전보다 얼마나 더 벌었나"라는 모멘텀이 약해지는 겁니다.
IBK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은 2분기가 정점이 될 가능성이 높고, SK하이닉스는 2~3분기가 고점일 수 있다고 합니다. [출처: IBK투자증권] 그리고 이 이익 증가율 정점 시점마다 외국인이 먼저 팔기 시작했다는 게 2017년, 2021년, 2024년에 걸쳐 반복됐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현재 시장이 직면한 핵심 리스크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하반기 EPS 성장률 둔화 가능성
- 메모리 가격 상승이 오히려 수요 억제로 작용하는 역설적 구조
- 중국 메모리 업체의 시장 점유율 확대 우려
- 외국인 수급 이탈 패턴의 반복 가능성
- 빅테크의 AI 투자 증가 속도 둔화 우려
물론 이번 사이클이 과거와 완전히 같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빅테크와 체결하는 장기공급계약(LTA)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LTA란 특정 고객사와 수년 단위로 반도체 공급 물량과 가격을 미리 확정하는 계약으로, 이를 통해 기존의 경기 민감성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는 게 달라진 점입니다. 제 생각에는 이 부분이 하방을 어느 정도 받쳐주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ADR 매수·한국 상장주 매도, 이 조언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 대목이 제게는 가장 당혹스러웠습니다. SK하이닉스의 한국 주식을 팔고 미국에 상장되는 ADR을 사라는 권고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ADR(미국주식예탁증서)이란 외국 기업의 주식을 미국 시장에서 달러로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증서입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나스닥에 상장된 ADR을 통해 미국 투자자들이 국내 상장 주식과 동일한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구조가 됩니다.
UBS그룹의 권고 배경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ADR이 헤지펀드 같은 글로벌 기관투자자 입장에서 보유·운용 비용이 더 저렴하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기존에 한국 주식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글로벌 개인투자자들의 새로운 수요가 유입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ADR과 본국 주식 간에는 자유롭게 전환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SK하이닉스의 경우 ADR을 한국 상장주로 바꾸는 건 가능하지만 그 반대, 즉 한국 상장주를 다시 ADR로 전환하는 데는 금융 당국의 별도 승인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 제약이 풀리지 않으면 ADR에 프리미엄이 붙는 현상이 생깁니다. 실제로 TSMC의 ADR은 대만 본주보다 평균 16%가량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는 점도 참고할 만합니다. [출처: Bloomberg]
제가 직접 이 구조를 따져봤는데, 국내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ADR로 갈아타는 것이 환율 리스크와 거래 편의성 등 여러 변수가 추가되기 때문에 무조건 따라 하기엔 복잡한 면이 있습니다. 외국인과 헤지펀드를 위한 전략이라는 성격이 강하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결국 지금 국면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보는 시각은 "실적이 나쁜 기업"이 아니라 "이익 증가 속도가 정점을 지나는 기업"으로 전환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 둘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익 자체는 계속 늘어날 수 있지만, 시장은 그 속도에 베팅합니다. 저는 당분간 비중 조절에 더 신경을 쓰면서 HBM4와 eSSD 시장 점유율 변화를 체크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생각입니다. 단기 주가 흐름보다 업황 사이클의 어느 지점에 있는지를 먼저 읽는 게 지금은 더 중요해 보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참고 :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70818026
삼전닉스 이젠 국민주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