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스피에서 사이드카가 40번 발동됐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14회나 많은 수치입니다. 7월 들어서는 15거래일 중 11거래일에서 사이드카가 작동했으니, 사실상 매일 롤러코스터를 타는 셈입니다. 제가 직접 장을 지켜보면서 느낀 건, 이게 단순한 변동성이 아니라 구조적인 불안정 상태라는 점이었습니다.
2008년보다 심한 변동성, 지금 시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7월 22일 코스피는 장 초반 7166까지 치솟았다가 6797.70으로 마감했습니다. 출발과 끝의 낙차가 무려 370포인트입니다. 오전에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될 만큼 급등했던 지수가 오후엔 상승분을 거의 고스란히 반납한 겁니다.
사이드카(Sidecar)란 선물 가격이 단시간에 기준치 이상 급등하거나 급락할 때 프로그램 매매 호가를 5분간 일시 중단하는 제도입니다. 쉽게 말해 주가가 너무 빨리 움직일 때 시장에 '잠깐 숨 고르기'를 강제하는 안전장치입니다. 이 안전장치가 올해만 40번 작동했다는 건, 시장이 그만큼 자주 '비상 상황'에 빠졌다는 의미입니다.
제 경험상 사이드카가 이렇게 빈번하게 발동하는 장세에서는 단기 대응보다 큰 흐름을 먼저 읽는 게 훨씬 중요합니다. 2020년 코로나19 당시에도 연간 발동 횟수가 7회에 불과했는데, 올해는 그 다섯 배를 훌쩍 넘겼습니다. [출처: 한국거래소]
이번 변동성이 커진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 있습니다.
- 미·이란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85달러를 넘어선 것
-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반도체주 급등락에 국내 증시가 즉각 연동되는 구조
-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통한 단기 자금의 대규모 유출입
- 기관 투자자의 오후 장 집중 매도 패턴
이날 기관은 오후 2시까지는 1000억원대 순매도를 유지하다가 갑작스럽게 매도폭을 키워 최종적으로 1조3868억원을 순매도했습니다. 대부분이 ETF 매매를 담당하는 금융투자 부문에서 발생했다는 점도 눈에 띄었습니다.
SK하이닉스 200만원, 삼성전자 반등… 왜 결국 제자리였나
이날 장 초반을 이끈 건 미국 반도체주의 강세였습니다. 엔비디아가 차세대 AI 서버 플랫폼 '베라 루빈' 양산 소식에 힘입어 1.97% 상승했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PHLX Semiconductor Index)는 무려 5.21% 급등했습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란 미국에 상장된 주요 반도체 기업 30개의 주가를 묶어 산출하는 지수로, 글로벌 반도체 업황의 온도계 역할을 합니다. 이 지수가 5% 넘게 오르면 국내 반도체 대장주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거의 공식처럼 굳어진 패턴입니다.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가 13.75% 오른 171.94달러에 마감하자, 국내 장에서도 SK하이닉스는 한때 200만원 선을 회복하며 '200만닉스'를 되찾는 듯 보였습니다. 삼성전자도 장중 27만6000원까지 올라섰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장을 지켜보면서 솔직히 예상 밖이었던 건 오후의 급격한 되돌림이었습니다. SK하이닉스는 결국 0.33% 하락한 183만원으로 마감했고, 삼성전자는 겨우 0.58% 오른 채 장을 끝냈습니다. 외국인이 2조6311억원을 순매수하며 3거래일 연속 조 단위 매수를 이어갔는데도 지수가 이렇게 힘을 못 쓴 겁니다.
ADR(American Depositary Receipt)이란 미국 증시에 상장된 외국 기업의 주식 대신 거래되는 예탁증서입니다. SK하이닉스 ADR이 13% 넘게 뛰었다는 건 간밤 미국 시장에서 그만큼 강한 매수세가 들어왔다는 신호인데, 그 온기가 국내 장 마감까지 유지되지 못한 것입니다.
피크아웃(Peak-out) 우려가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피크아웃이란 특정 지표나 업황이 고점을 찍고 하락 전환한다는 개념으로, 지금 시장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정점에 달했는지 여부를 놓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알파벳의 실적 발표를 하루 앞두고 이 논란을 먼저 확인하고 싶은 심리가 오후 매도세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됩니다.
[오늘은 급등 후 반납 - 매일경제]
알파벳 실적부터 아마존까지, 빅테크 실적 시즌이 시장의 분수령
지금 코스피가 진짜 신경 쓰는 건 국내 재료가 아닙니다. 제 경험상 요즘 국내 증시는 미국 빅테크 실적 하나에 온 신경이 쏠려 있고, 다른 변수들은 부차적으로 작용하는 구조입니다.
23일 새벽 알파벳(구글 모회사)과 테슬라를 시작으로, 24일 인텔, 30일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 31일 아마존과 애플까지 빅테크 실적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납품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램의 핵심 수요처입니다. HBM(High Bandwidth Memory)이란 여러 개의 메모리 칩을 수직으로 쌓아 연결한 고성능 메모리로, AI 연산에 필수적인 초고속 데이터 처리를 가능하게 합니다. AI 서버 한 대에 수십 개씩 들어가는 핵심 부품이라 빅테크의 시설투자(CAPEX) 규모가 곧장 HBM 수요로 이어집니다.
CAPEX(Capital Expenditure)란 기업이 설비나 인프라에 투자하는 자본 지출을 의미합니다. 도이체방크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올해 CAPEX 전망치를 2150억 달러에서 2380억 달러로 올렸고, 씨티은행은 메타의 CAPEX를 1680억 달러에서 2050억 달러로 상향했습니다.[출처: 키움증권 리서치] 전망 자체는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시장이 더 중요하게 보는 건 단순한 CAPEX 숫자보다 메모리 투입 의지입니다. 메모리 가격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도 기존 수준의 메모리를 계속 구매할 것인지, 아니면 비용 부담에 일부 조정에 나설 것인지가 진짜 관건입니다. 만약 이번 실적 발표에서 메모리 투입량 축소 신호가 조금이라도 감지된다면, 피크아웃 논란은 다시 불붙을 수밖에 없습니다.
레버리지 ETF(Leveraged ETF)란 기초 지수의 수익률을 2배 혹은 그 이상으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장지수펀드입니다. 단기 차익을 노리는 자금이 이런 레버리지 ETF에 집중되면 지수의 일중 변동폭이 비정상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롤러코스터 장세의 진폭을 키운 숨은 주역 중 하나로 꼽힙니다.
결국 이번 빅테크 실적 시즌은 단순한 기업 이익 발표가 아니라, 국내 반도체 산업의 중기 방향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기 등락에 흔들리기보다는 이번 실적 발표 후 CAPEX 가이던스와 메모리 수요 언급이 어떻게 나오는지를 차분히 확인하는 것이 지금 시장에서 가장 현명한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외국인이 3거래일 연속 조 단위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도 무시할 수 없는 긍정적 신호입니다. 다만 결론을 서두르기엔 아직 확인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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