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한자리를 지켜온 음식점 2797곳이 지난해 한꺼번에 문을 닫았습니다. 역대 최다입니다. 저는 이 숫자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잠깐 멈칫했습니다. 20년이면 강산이 두 번 바뀌는 시간인데, 그 세월을 버텨온 가게들이 지금 이 시점에 가장 많이 쓰러지고 있다는 게 단순한 통계 이상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사진출처 : 국제신문]
숫자로 보는 자영업의 현주소
지난해 말 기준 전국 가동사업자 수는 1032만 1407명으로, 전년 대비 1.7% 증가에 그쳤습니다. 가동사업자란 실제로 사업을 운영 중인 등록 사업자를 뜻하는데, 이 증가율이 2005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출처: 국세청 국세통계포털] 2020년 7.5%로 정점을 찍었던 증가율이 5년 연속 꺾여 결국 1%대로 주저앉은 겁니다.
제가 직접 이 데이터를 뜯어보면서 느낀 건, 단순히 경기가 나쁜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창업 자체가 말라붙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신규 사업자는 116만 8273명으로 전년보다 4.1% 줄었고, 201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5년 연속 감소세입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지표가 폐업률입니다. 여기서 폐업률이란 신규 사업자 대비 폐업자의 비율을 말하는데, 지난해 이 수치가 83.5%까지 올라갔습니다. 새로 생긴 사업자 100명 중 83.5명이 폐업했다는 의미입니다. 2013년(84.0%) 이후 1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지난해 폐업 통계에서 제가 가장 눈여겨본 부분은 다음 세 가지였습니다.
- 5년 이상 버티다 폐업한 사업자: 31만 7406명으로 역대 최다
- 폐업 사유 중 '사업부진' 비중: 50.4%로 2년 연속 절반 초과
- 20년 이상 영업 음식점 폐업: 2797곳으로 역대 최다, 2021년 대비 61% 증가
사업부진이란 매출 감소, 고객 이탈, 수익성 악화 등 영업 자체가 이유인 폐업을 말합니다.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54.9%) 이후 이 비중이 가장 컸다는 사실은, 지금 자영업자들이 체감하는 경기가 그 시절과 맞먹는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음식업만 따로 보면 더 암울합니다. 지난해 음식업 가동사업자는 79만 8969명으로 80만 명 선이 무너졌습니다. 5년 이상 존속하다 폐업한 음식점은 4만 1659곳으로 2007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출처: 국세청]
이게 단순한 경기 침체로 끝날 문제인가
"경기가 안 좋으면 원래 이렇게 된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이번 흐름이 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절정이던 2021년에도 20년 이상 음식점 폐업은 1738곳이었습니다. 그때는 강제 휴업, 거리두기 같은 외부 충격이 있었는데도 지금보다 숫자가 훨씬 적었습니다. 지금은 외부 충격 없이도 그 수치를 훌쩍 넘어선 겁니다.
[사진출처 : 중앙일보]
내수 부진이란 국내 소비 심리가 위축되어 가계 지출이 줄고, 이것이 자영업 매출 감소로 직결되는 구조를 말합니다. 고물가로 가계 가처분소득이 줄어든 상황에서 식비부터 줄이는 건 어쩌면 당연한 반응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특정 업종만의 문제가 아니라, 골목 상권 전체가 동시에 얼어붙는 방식으로 번집니다.
여기에 홈플러스 파산 위기가 겹쳤습니다. 홈플러스는 전국에 140여 개 점포를 운영하던 대형마트 업계 2위 사업자입니다. 지난 3일 법원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으로 파산 기로에 놓이면서, 협력업체 4600여 곳의 연쇄 도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연쇄 도산이란 한 기업의 파산이 납품업체, 입점업체, 고용 인력 등 연결된 경제 주체 전반으로 퍼지는 도미노 현상을 말합니다.
정부가 긴급 유동성 4400억 원 지원을 발표했지만, 협력업체 수가 4600곳이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 경험상 이건 '일단 불 끄는' 수준에 가깝습니다. 구조적인 내수 회복 없이는 같은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구조 조정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경쟁력 없는 곳이 정리되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도 부분적으로는 그 논리를 이해합니다. 하지만 20년 이상 영업을 이어온 가게들이 문을 닫고 있다는 건, 경쟁력 문제가 아니라 시장 자체가 수요를 잃어가고 있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버틸 만큼 버텨온 곳들이 지금 가장 많이 쓰러지고 있으니까요.
정리하면, 지금 자영업 지형에서 제가 가장 우려하는 건 '창업 감소 + 장기 존속 사업자 폐업 증가'라는 조합입니다. 새로 들어오는 사람도 줄고, 오래 버텨온 사람도 나가고 있습니다. 그 빈자리가 어떻게 채워질지, 지금 당장은 좀처럼 그림이 그려지지 않습니다. 자영업이나 소상공인 창업을 고려하고 계신 분이라면, 이 숫자들을 한 번은 천천히 들여다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공개된 통계와 개인적인 의견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며, 전문적인 사업·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참고 :
https://v.daum.net/v/20260706135817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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