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저도 그냥 세금 관련 행정 용어 중 하나겠거니 하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이 비율 하나가 60%에서 80%로 바뀌는 것만으로 종부세 부담이 1인당 324만 원에서 624만 원으로 거의 두 배 가까이 뛴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이달 말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지금 이 숫자들을 제대로 이해해두지 않으면 뒤통수 맞기 딱 좋은 상황입니다.
보유세 폭탄, 수치로 읽어야 실감이 납니다
[사진출처 : 매일경제]
공정시장가액비율(Fair Market Value Ratio)이란 공시가격에 곱해서 종합부동산세의 과세표준을 산정하는 비율입니다. 쉽게 말해, 내 집의 공시가격이 10억 원이라면 이 비율이 60%일 때는 6억 원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고, 80%이면 8억 원 기준으로 매긴다는 뜻입니다. 같은 집인데 비율 하나로 과세 기준이 통째로 달라지는 구조입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추산한 자료에 따르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현행 60%로 유지할 경우 2026년 주택분 보유세는 8조 6,995억 원 수준입니다. 그런데 이를 80%로 올리면 10조 658억 원으로 15.7%, 즉 1조 3,663억 원이 한꺼번에 늘어납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수준인 95%까지 되돌리면 10조 7,726억 원으로 23.8% 증가합니다. [출처: 국회예산정책처]
여기서 보유세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합산한 금액을 말합니다. 재산세는 지방세로,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라면 공시가격 규모에 상관없이 누구나 내는 세금입니다. 반면 종부세는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주택 보유자에게만 부과되는 국세입니다. 공정시장가액비율 변화가 종부세에 직격탄을 날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재산세는 고정된 반면 종부세는 이 비율에 따라 과세표준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제가 직접 수치를 들여다봤는데, 서울만 따로 보면 체감이 더 강렬합니다. 서울 주택분 보유세는 현행 4조 5,191억 원에서 80% 적용 시 5조 4,721억 원으로 21.1% 오릅니다. 같은 조건에서 경기도는 10.8% 증가하는 데 그칩니다. 수도권, 특히 서울에 집을 가진 분들의 부담이 집중적으로 커지는 구조입니다.
공정시장가액비율 변화에 따른 종부세 부담 핵심 수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비율 60% 유지 시: 주택분 종부세 1조 4,763억 원, 1인당 평균 324만 원
- 비율 80% 적용 시: 주택분 종부세 2조 8,425억 원, 1인당 평균 624만 원 (약 1.9배)
- 비율 95% 적용 시: 주택분 종부세 3조 5,494억 원, 1인당 평균 780만 원 (약 2.4배)
이 수치는 2024년 종부세 과세인원인 45만 5,331명을 기준으로 산출된 것입니다. 1주택자나 은퇴 후 고정 수입이 없는 분들에게 연간 624만 원은 절대 가볍지 않은 금액입니다.
세제 개편, 보유세만 올려서는 반쪽짜리입니다
제 경험상 부동산 세금 정책에서 가장 자주 놓치는 부분이 바로 이겁니다. 보유세를 올리면 다주택자나 투기적 보유자들이 집을 팔 것이라는 기대, 그 이후의 설계가 허술한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보유 부담은 커졌는데 막상 팔려고 하면 양도소득세 부담이 무거워서 "그냥 계속 갖고 있자"는 결론이 나와버리는 겁니다.
양도소득세(Capital Gains Tax)란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자산을 양도할 때 발생하는 차익에 부과하는 세금입니다. 쉽게 말해 집을 팔 때 얼마나 올랐느냐에 따라 내는 세금인데, 이 부담이 크면 가격이 오른 집일수록 매도를 꺼리게 되는 역설이 생깁니다. 실제로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2026년 7월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6만 2,117건으로, 전년 동기 7만 6,518건보다 18.9%나 줄어든 상태입니다.
정부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듯합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달 말 세제 개편안 발표를 예고하면서 "보유세와 거래세 두 가지 밸런스를 함께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유세만 건드리는 게 아니라 양도세와 취득세 등 거래세도 함께 조정하겠다는 신호입니다.
다만 여기서 거래세 안에서도 세목을 구분해 봐야 합니다. 취득세(Acquisition Tax)는 집을 사는 사람이 내는 세금입니다. 이를 낮추면 실수요자의 이사 비용 부담은 줄지만, 지금처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올해 누계 5.11% 오른 상승장에서는 매수 심리를 더 자극할 수 있습니다. [출처: 한국부동산원] 반면 양도세를 낮추면 그동안 세금 부담 때문에 팔지 못했던 매물이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커집니다. 같은 거래세라도 시장에 미치는 방향이 완전히 다른 겁니다.
[사진출처 : 이투데이]
제가 이 구조를 처음 제대로 이해했을 때, 솔직히 왜 정부가 매번 이 두 세목을 뒤섞어서 발표해왔는지 의아했습니다. "거래세 완화"라는 단어 하나로 묶어버리면 사는 사람 혜택인지 파는 사람 혜택인지 일반 소비자는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지금은 매물 잠김을 풀어야 하는 시점이니, 취득세보다 양도세 완화 쪽이 훨씬 더 효과적인 카드라고 봅니다.
보유세 인상이 임대인의 세 부담을 전월세 가격으로 전가시키는 구조도 간과해선 안 됩니다. 전가(Shifting)란 세금 부담이 원래 납세자에서 제3자에게 옮겨가는 현상을 말합니다. 임대인이 보유세가 오르면 이를 월세나 전세 가격에 반영하려는 유인이 생기고, 결국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세입자가 간접적으로 부담을 지게 되는 겁니다. 이 점에서 세제 개편이 무조건 다주택자만 때리는 정책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달 말 발표될 세제 개편안에서 결국 관건은 보유세 인상 폭과 양도세 완화 수위의 조합입니다. 보유세를 올리면서 양도세 출구까지 함께 열어줘야 매물이 시장에 나오고, 그래야 매수자의 선택지도 넓어집니다. 어느 한쪽만 건드리는 반쪽짜리 개편으로는 시장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방향이 확정되기 전에 본인이 보유한 주택의 공시가격과 과세표준을 미리 점검해두는 것이 현실적인 대비책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세무·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세금 계산은 세무사나 관계 기관에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
https://www.yna.co.kr/view/AKR2026070816280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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