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원리금 상환액이 200만 원을 넘어서는 순간, 통장 잔고를 보는 게 두려워진다는 말을 주변에서 심심찮게 듣습니다. 저도 비슷한 고민을 오래 해왔기 때문에 그 말이 남 얘기처럼 들리지 않습니다. 지난해 5대 은행 주담대 순증액의 62.9%를 30대가 가져갔다는 수치를 처음 접했을 때, 숫자보다 그 뒤에 있을 사람들의 사정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30대 부채 리스크, 숫자로 보면 더 선명해집니다 지난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5대 은행의 전체 주담대 잔액은 33조1450억 원 늘었습니다. 이 가운데 30대 증가분만 20조8382억 원으로, 40대 증가액 9조9499억 원의 두 배를 웃돌았습니다. 30대 주담대 잔액은 175조8472억 원으로 40대(179조9342억 원)와의 격차가 불과 4조 원대로 좁혀졌습니다. 2022년 말 22조 원이었던 격차가 3년 만에 이 수준까지 줄어들었다는 점이 제게는 단순한 통계 이상으로 느껴졌습니다.
여기서 주담대(주택담보대출)란 주택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빌리는 장기 부채를 말합니다. 단순히 돈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수십 년치 미래 소득을 지금 당겨쓰는 구조입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0대 차주당 신규 주담대 금액은 2억6504만 원으로, 2013년의 8882만 원 대비 198.4% 증가했습니다. [출처: 한국은행] 12년 사이에 같은 나이대가 빌리는 돈이 세 배 가까이 뛴 셈입니다.
더 마음에 걸리는 건 저축 여력입니다. 국가데이터처 자료를 보면, 30대 가구의 금융 부채는 평균 9419만 원인데 저축액은 6989만 원에 그쳤습니다. 금융 부채가 저축액의 134.8%에 달한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LTI(Loan to Income), 즉 소득 대비 대출 비율 개념과 함께 이 수치를 보면 문제가 더 뚜렷해집니다. LTI란 연간 소득 대비 총 부채가 얼마인지 나타내는 지표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소득 충격에 취약해집니다. 30대는 전 연령대 중 이 비율이 가장 높은 상태에서 가장 큰 규모의 신규 대출을 받고 있습니다.
[연령대별 신규 대출액 - 한경]
30대가 처한 부채 리스크의 핵심 구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미래 소득을 앞당겨 대출받는 구조로 자산 형성 방식이 전환됨
- 금융 부채가 저축액의 134.8%로, 전 연령대 중 완충력이 가장 낮음
- 금리 인상이나 실직 같은 외부 충격 발생 시 상환 여력이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
제 경험상, 이런 구조에서 가장 먼저 희생되는 건 소비입니다. 원리금을 내고 나면 여유 자금이 줄어들고,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기면 예·적금을 깨거나 추가 신용 대출로 버티게 됩니다. 그 압박이 쌓이면 창업이나 이직 같은 새로운 도전도 엄두를 내기 어려워집니다.
원리금 상환 부담과 공급 절벽, 이 두 가지가 맞물려 있습니다
"돈 모아서 집 사면 되지 않냐"는 말을 들을 때마다 저는 솔직히 답답합니다. 집값 상승 속도가 저축 속도보다 빠른 환경에서, 기다리는 것 자체가 손실이 되는 상황이 지금 30대를 영끌로 내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구조의 뒤편에는 주택 공급 문제가 깊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서울에서 2020~2022년 인허가된 주택 18만3055가구 가운데 이후 3년간 실제 착공으로 이어진 물량은 9만1490가구, 약 50% 수준에 그쳤습니다. 올해 들어 5월까지 서울 준공 물량은 1만3111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6% 줄었습니다. [출처: 국토교통부] 공급이 이렇게 막히면 매매가와 전세가가 함께 오르고, 그 압력이 다시 30대의 대출 규모를 키우는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여기서 PF(프로젝트파이낸싱)란 신규 아파트나 주택 개발 사업을 위해 사업성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 구조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건설사나 시행사가 프로젝트를 담보로 돈을 빌려 건물을 짓는 방식인데, 금리가 오르고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 이 자금이 먼저 막힙니다. PF 대출 위축이 지속되면 신규 주택 착공이 줄어들고, 공급 절벽이 현실화됩니다. 지금 30대가 빌린 돈의 규모와 공급 부족은 사실 같은 뿌리를 두고 있는 문제입니다.
또 한 가지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현재의 대출 규제 구조는 세대 간 형평성 문제도 안고 있습니다. 고가 아파트를 보유한 50, 60대 자산가들은 이미 1채를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주담대 접근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젊은 시절 노력으로 자산을 쌓았지만, 은퇴 후 현금 흐름이 막히면 앉아서 자산이 잠기는 상황이 됩니다. 자산은 있지만 유동성이 없는 이른바 유동성 위기(Liquidity Crisis) 상태입니다. 유동성 위기란 자산 가치는 충분하지만 현금화가 어려워 당장의 지출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런 구조가 방치되면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는 50, 60대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저는 그냥 흘려 듣기 어렵습니다.
30대의 영끌이 문제라면, 그것을 만든 공급 구조와 세대 전반에 걸친 대출 접근성의 불균형도 함께 짚어야 합니다. 지금 30대가 지고 있는 원리금 상환 부담은 10년, 20년 뒤 그들이 50, 60대가 됐을 때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30대가 과도한 부채를 안게 된 데는 개인의 판단뿐 아니라 공급 부족, 전세 불안, 대출 규제의 불균형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영끌은 선택이 아닌 생존 수단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 대출을 고민 중이라면 원리금 상환이 월 소득의 3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최소한의 안전선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집을 사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산 이후의 삶을 지속할 수 있는지를 먼저 따져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실제 대출 결정은 금융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71928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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