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노인 707만 명에게 매달 35만 원씩 뿌리는 기초연금 예산이 올해만 27조 4,000억 원입니다. 이걸 처음 숫자로 접했을 때 솔직히 '이게 지속이 되는 구조인가?'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정부가 12년 만에 수급 기준을 바꾸겠다고 공식화했습니다.
17년째 유지된 기준, 왜 지금 바꾸는가
기초연금은 2014년 본격 시행됐지만, 수급자 선정 기준인 '소득 하위 70%'는 2009년 기초노령연금 시절부터 쭉 이어져 온 기준입니다. 17년간 손을 대지 않은 셈이죠.
문제는 그사이 노인 인구 구조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제가 직접 주변을 둘러보면 느끼는 건데, 요즘 60대 후반~70대 초반 세대는 이전 세대와 경제적 상황이 꽤 다릅니다. 아파트 한 채 이상 가진 분들, 직역연금을 받는 분들도 소득 인정액 기준만 맞으면 기초연금을 수령해왔습니다.
핵심 수치를 보면 상황이 더 명확해집니다. 올해 기초연금 수급자의 소득인정액 상한선이 1인 가구 기준 월 247만 원인데, 기준중위소득 100%가 256만 원입니다. 여기서 소득인정액이란 월 소득과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합산 금액으로, 수급 여부를 판단하는 실질적인 기준입니다. 두 수치가 96.3%까지 좁혀진 상황이니, 사실상 중산층까지 수급 대상이 되는 건 시간문제였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이번에 수급 기준을 '기준중위소득'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기준중위소득이란 전국 모든 가구를 소득순으로 줄 세웠을 때 정중앙에 위치한 가구의 소득을 뜻합니다. 이걸 기준으로 삼으면 소득 하위 70% 기준보다 수급자 증가 속도를 구조적으로 억제할 수 있고, 제도의 취지인 저소득 노인 지원에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기준중위소득 100%로 기준을 바꿀 경우, 2050년 기초연금 재정 지출이 현행 기준 대비 약 5조 원 절감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출처: 한국개발연구원]
하후상박 설계,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나
이번 개편의 핵심 원칙이 '하후상박(下厚上薄)'입니다. 하후상박이란 소득이 낮을수록 더 두텁게, 소득이 높을수록 더 얇게 지원하는 차등 지급 방식을 말합니다. 지금처럼 707만 명에게 동일하게 35만 원을 지급하는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구조입니다.
제가 이 구조를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납득이 됐습니다. 월 소득 30만 원대 독거노인과 직역연금 수급자 배우자가 똑같이 35만 원을 받는 건 아무리 봐도 이상한 구조니까요. 정책 설계에서 이걸 17년 동안 그냥 뒀다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기초연금 개편 - 동아일보]
이번 개편 방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기존 수급자의 연금액은 삭감하지 않는다
- 향후 인상분을 저소득층에 집중 배분하는 방식으로 차등화
- 직역연금(공무원연금·사학연금·군인연금) 저소득 수급자와 배우자도 기초연금 지급 대상에 신규 포함
- 부부 감액 제도(현행 20% 감액)는 저소득층부터 단계적 폐지
직역연금 수급자 문제는 개인적으로 오래 불합리하다고 생각해온 부분입니다. 군인연금을 수십 년 받은 고위 직역연금 수급자와 최저 수준 공무원연금 수령자를 동일하게 기초연금 배제 대상으로 묶는 건 세밀한 설계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번 개편이 그 구분을 만든다는 점에서는 방향이 맞다고 봅니다.
부부 감액 제도도 마찬가지입니다. 노인 부부가 함께 기초연금을 받으면 각각 20%씩 삭감됩니다. 그 논리는 함께 살면 생활비가 절감된다는 건데, 제 경험상 고령 부부의 지출 구조는 오히려 두 사람의 의료비, 간병비가 겹치면서 단독 노인보다 더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소득층부터 단계적으로 이 감액을 없애겠다는 방향은 늦었지만 필요한 조치입니다.
재정 지속 가능성과 노인 빈곤, 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나
솔직히 말하면 이게 가장 어려운 질문입니다. 기초연금 예산은 2014년 6조 9,000억 원에서 올해 27조 4,000억 원으로 불어났습니다. 국민연금연구원은 이 재정이 2030년 39조 7,000억 원, 2040년에는 76조 9,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출처: 국민연금연구원] 10년 뒤 세 배, 이걸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가 진짜 문제입니다.
수급기준을 기준중위소득으로 바꾼다고 해서 이 문제가 단숨에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본격적으로 노인층에 편입되는 2030년대까지는 수급자 자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2030년 예상 수급자는 914만 명, 2040년에는 1,207만 명입니다.
여기서 관건은 재정 효율화와 노인 빈곤 해소를 동시에 설계할 수 있느냐입니다. 재정건전성(Fiscal Sustainability)이란 현재의 지출 구조를 미래에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지금 구조로는 이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습니다.
이번 하후상박 방식이 잘 설계되면 한정된 재정으로 실제 빈곤 노인에게 더 많이 돌아가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제가 이번 개편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부분이 바로 그 지점입니다. 35만 원을 고소득 노인에게도 나눠줄 돈으로 저소득 노인에게 50만 원을 주는 게 같은 예산으로 더 나은 효과를 냅니다.
다만 우려도 있습니다. 하후상박 방식은 중간 소득 노인층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고, 기준중위소득으로의 전환이 특정 구간 노인들에게 사실상 탈락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기존 수급자를 깎지 않겠다고 했지만, 신규 진입자 기준이 어떻게 설계되느냐에 따라 체감하는 변화는 클 수 있습니다.
결국 이번 기초연금 개편이 실질적인 노인 빈곤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동하려면 수치 조정보다 설계의 정밀함이 더 중요합니다. 하반기에 발표될 정부안이 단순히 '기준 변경' 수준에 그치지 않고, 실제 취약 노인층에게 더 많은 금액이 닿는 구체적인 차등 지급 체계를 담고 있는지를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복지 조언이 아닙니다. 수급 자격 및 지급액과 관련한 정확한 정보는 보건복지부 또는 국민연금공단 공식 채널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60716/1343155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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