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3일 아침, 증권 앱 알림음이 쉴 새 없이 울렸습니다. 코스피가 단 하루 만에 910포인트 넘게 빠지며 8,200선까지 밀렸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나란히 12%대 하락을 기록했습니다. 저도 이날 보유 중이던 반도체 관련 종목이 녹아내리는 걸 실시간으로 지켜봤는데, 솔직히 처음엔 숫자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이번 폭락이 단순한 조정인지, 아니면 진짜 추세 전환의 신호인지 데이터를 하나씩 뜯어봤습니다.
910포인트 폭락, 숫자로 뜯어보면
이날 코스피 하락률은 9.99%로 역대 다섯 번째, 하락 폭은 역사상 최대였습니다. 9,000선을 돌파한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8,200선으로 밀려난 셈입니다. 시장을 더 흔든 건 외국인과 기관의 동시 이탈이었습니다. 코스피에서 외국인이 4조 1천억 원, 기관이 4조 5천억 원을 순매도하는 동안, 개인 투자자들은 혼자서 8조 5천억 원어치를 받아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연달아 발동됐습니다. 매도 사이드카란 프로그램 매도 주문이 한꺼번에 쏟아질 때 5분간 호가 효력을 정지시키는 제도입니다. 올해 들어서만 27번 발동됐는데,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연간 발동 횟수(26회)를 이미 넘어선 수치입니다([출처: 한국거래소.서킷브레이커는 지수 낙폭이 8%를 넘으면 20분간 모든 매매를 전면 중단시키는 제도로, 쉽게 말해 패닉 상태의 시장에 강제로 숨 고를 시간을 주는 장치입니다. 이날 오후 2시 33분에 발동됐고, 저도 그 20분 동안 멍하니 화면만 쳐다봤던 기억이 납니다.
폭락의 배경에는 여러 악재가 겹쳤습니다.
- 미국 PCE(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 발표를 앞두고 금리 인상 우려 재부각
- MSCI 선진국지수 편입 불발 가능성에 따른 실망 매물
- 스페이스X 상장에 따른 외국인의 현금 확보 수요
- 주가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물량 집중
이 중 MSCI 편입 불발 이슈는 개인적으로 예상보다 파급력이 컸다고 봅니다. 국내 시장에 대한 외국인의 구조적 신뢰 문제가 겹쳤기 때문입니다.
[사진출처 : 파이낸셜뉴스]
반도체 투톱의 동반 급락, 닷컴 버블과 비교한다면
삼성전자는 12.31% 하락한 31만 원, SK하이닉스는 12.47% 내린 255만 5천 원에 마감했습니다. 두 종목 모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약 17년 만의 최대 하락률입니다. 제가 직접 확인해봤는데,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이날 기준 47.52%로, 2013년 8월 이후 거의 13년 만의 최저치로 내려앉았습니다.
폭락 직전에는 흥미로운 이변이 있었습니다. 전날 SK하이닉스가 25년 7개월 만에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을 일시적으로 추월했는데, 한 증권사 보고서는 이를 닷컴 버블 당시 시스코가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친 순간과 비교했습니다. 당시 시스코는 펀더멘털 개선 없이 기대감만으로 1위에 오른 직후 붕괴했고, 그것이 버블 정점의 신호였다는 분석입니다.
여기서 펀더멘털이란 기업의 실제 영업이익, 매출, 재무 건전성 같은 본질적인 실적 수치를 의미합니다. 내년도 예상 영업이익 기준으로 삼성전자(약 363조 원)가 SK하이닉스(약 263조 원)를 크게 웃도는 상황에서, 실적 격차 없이 기대감만으로 시총 순위가 뒤바뀐 건 시장 과열의 명백한 신호로 읽힙니다. 제 경험상 이런 종류의 역전 현상은 강세장 후반부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입니다.
다만, 현재 코스피의 선행 PER(주가수익비율)이 8배 수준이라는 점은 짚어볼 만합니다. 선행 PER이란 향후 12개월간 예상 이익을 기준으로 현재 주가가 얼마나 비싼지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8배는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이번 폭락을 추세적 하락장 진입보다는 과열 해소 과정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는 두 시각이 모두 틀리지 않다고 봅니다. 밸류에이션은 싸지만, 모멘텀 과열의 해소 과정은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습니다.
레버리지 ETF가 키운 변동성, 개인 투자자가 알아야 할 것
이번 폭락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의 역할입니다. 레버리지 ETF란 기초 자산의 일간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품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2% 빠지자 이 ETF들은 평균 25%가 녹아내렸습니다. 지난달 27일 처음 상장된 이후 이날까지 총 거래 대금이 190조 원을 넘었고,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 전체 거래 대금의 약 19%에 해당합니다. [출처: 금융감독원]
문제는 매매 회전율입니다. 회전율이란 보유 주식이 얼마나 자주 사고팔리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높을수록 단기 투기 거래가 많다는 의미입니다. 이 ETF의 하루 평균 회전율은 122.5%였는데, 삼성전자 현물 주식의 회전율(1% 미만)과 비교하면 체감이 됩니다. 극단적인 초단타 거래가 반복되며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구조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출시 명분은 해외 자금 유출을 막는다는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뇌관이 된 셈입니다. 수수료도 일반 ETF 대비 3~5배 높아 투자자 손실이 커지는 동안 운용사와 증권사만 배를 불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저도 이 상품의 구조를 처음 들었을 때 "이게 개인에게 진짜 유리한 건가"라는 의문이 들었는데, 이번 사태를 보니 그 의문이 맞았다 싶습니다.
앞으로의 방향은 25일 예정된 미국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가 일단 가늠자가 될 것입니다. AI 반도체 수요의 건재함이 확인되면 단기 반등 가능성이 있고, 반대로 실망스러운 전망이 나오면 하락세가 더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번 폭락이 버블의 끝인지, 아니면 강세장 중반의 조정인지는 아직 단정하기 이릅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레버리지 ETF 같은 고위험 상품에 자산의 상당 부분을 넣는 건, 어떤 시장 환경에서도 위험 부담이 크다는 사실입니다. 전문가들도 해당 상품은 자산의 20% 이내에서 단기 운용하라고 권고합니다. 저도 이번 일을 계기로 포트폴리오 전반을 다시 점검해봤습니다. 단기 모멘텀에 흔들리기보다 실적 기반의 종목을 중심으로 비중을 조절하는 것이 결국 오래가는 방법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참고 :
https://v.daum.net/v/20260624043203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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