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이 너무 좋아서 상장폐지를 당한다면, 믿어지십니까?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저도 제목을 두 번 읽었습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액티브ETF 4종이 다음 달 시장에서 퇴출됩니다. 운용을 잘못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비교지수를 크게 웃도는 성과를 냈기 때문입니다. 이 아이러니한 구조, 지금부터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상관계수란 무엇이고, 왜 ETF 퇴출 기준이 됐을까
ETF 상장폐지 요건을 살펴보면 보통 두 가지를 떠올립니다. 규모가 너무 작거나, 거래가 너무 없거나. 그런데 이번 퇴출 사유는 전혀 다릅니다. 바로 상관계수(Correlation Coefficient) 기준 미달입니다. 상관계수란 ETF의 수익률 흐름이 비교지수와 얼마나 유사하게 움직이는지를 수치로 나타낸 지표입니다. 1에 가까울수록 지수를 잘 따라간다는 의미이고, 0에 가까울수록 지수와 무관하게 움직인다는 뜻입니다.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제116조에 따르면 패시브 ETF는 상관계수 0.9 이상, 액티브 ETF는 0.7 이상을 유지해야 합니다. 이 기준을 3개월 연속 충족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대상이 됩니다. [출처: 한국거래소] 이번에 퇴출 대상이 된 ACE TDF2030액티브, ACE TDF2050액티브, ACE 장기자산배분액티브, ACE 애플밸류체인액티브 4종은 모두 올해 4월 초부터 이 기준을 3개월 연속 밑돌아 왔습니다.
제가 처음 이 구조를 봤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상관계수 요건 미달로 상장폐지가 되는 것 자체가 국내 ETF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기존 상장폐지 사례는 대부분 순자산총액(NAV)이 50억 원 미만으로 쪼그라든 상품들이었습니다.
[사진출처 : 녹색경쟁신문]
초과수익이 독이 된 구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이번 상장폐지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퇴출 대상 ETF들의 운용 성과가 오히려 우수했다는 점입니다. ACE 애플밸류체인액티브는 최근 1년간 수익률이 170.73%였습니다. 비교지수인 블룸버그 톱30 서플라이체인 플러스 애플 프라이스 리턴 지수의 수익률 116.79%를 무려 53.94%포인트 웃돈 것입니다. ACE 장기자산배분액티브도 비교지수 대비 4.96%포인트, ACE TDF2050액티브와 ACE TDF2030액티브도 각각 1.15%포인트, 0.62%포인트 초과 수익을 기록했습니다.
이처럼 초과 성과를 낼수록 상관계수가 낮아지는 이유가 있습니다. 액티브 ETF는 운용역이 비교지수와 다른 방향으로 자산을 편입하거나 비중을 조절하면서 초과수익을 추구합니다. 그 과정에서 지수 구성 종목과 실제 포트폴리오가 크게 달라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지수와 수익률 흐름이 멀어집니다. 쉽게 말해, 운용을 잘할수록 지수와 달라지고, 달라질수록 상관계수가 내려가는 구조입니다.
저는 이 구조가 처음부터 근본적으로 모순을 안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투자자가 액티브 ETF를 선택하는 이유는 단순히 지수를 따라가는 것 이상의 성과를 기대하기 때문 아닙니까. 그런데 그 기대에 부응할수록 규정 위반이 되는 상황이라면, 이건 상품 설계와 규제 방향이 충돌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퇴출 대상의 순자산총액(NAV)을 보면 상황이 더 명확해집니다.
- ACE TDF2050액티브: 약 630억 원
- ACE 애플밸류체인액티브: 약 433억 원
- ACE TDF2030액티브: 약 163억 원
- ACE 장기자산배분액티브: 약 141억 원
규모가 작아서 퇴출당하는 게 아닙니다. 돈도 들어와 있고 성과도 좋은데, 단지 지수와 너무 달리 움직였다는 이유로 사라지는 겁니다.
업계에서 터져 나오는 비판, 과연 타당한가
이번 사태를 두고 자산운용 업계에서는 규제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비판이 나올 때 보통은 업계의 이해관계가 섞여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지적이 꽤 설득력 있다고 봅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불장에서 더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데도 상관계수 기준을 맞추기 위해 일부러 수익률을 낮춰야 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발생한다고 말했습니다. 이건 단순한 불만이 아닙니다. 하락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펀더멘털이 나빠진 종목을 덜어내고 싶어도, 지수 편입 종목을 억지로 담아야 상관계수를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 생깁니다. 이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돌아갑니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TIME 글로벌탑픽액티브도 같은 이유로 퇴출 대상에 해당했지만, 상장 1년 미만 ETF는 유예한다는 규정 덕분에 살아남았습니다. 운이 개입된 셈입니다. 이처럼 동일한 위반 사유에도 적용이 달라지는 현실은 규정 자체의 일관성에도 의문을 갖게 만듭니다.
국내 ETF 시장 규모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2025년 기준 200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출처: 한국거래소] 시장이 이만큼 성숙해진 상황에서 설계 당시의 낡은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맞는지, 진지하게 검토할 시점이 온 것 같습니다.
이미 ETF를 보유하고 있다면, 지금 어떻게 해야 할까
이미 이들 ETF를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라면 선택지는 두 가지입니다. 매매거래가 정지되는 7월 8일 이전에 장내 매도를 통해 직접 현금화하거나, 상장폐지일인 7월 9일까지 보유한 뒤 순자산가치(NAV) 기준으로 산정된 해지상환금을 7월 13일에 받는 방법입니다.
여기서 NAV(순자산가치)란 ETF가 보유한 자산 전체의 가치를 총 발행 좌수로 나눈 값으로, 쉽게 말해 ETF 1좌의 실제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상장폐지 후 받는 해지상환금은 이 NAV를 기준으로 계산됩니다.
유동성공급자(LP)도 상장폐지 전일까지 장중순자산가치(iNAV)에서 기초자산 헤지 비용 등을 차감한 수준으로 매수호가를 제시할 예정입니다. 여기서 iNAV(장중순자산가치)란 NAV를 장중 실시간으로 추정한 값으로, 투자자가 현재 ETF의 적정 가치를 가늠하는 데 활용하는 지표입니다. 즉, 장내 매도 시에도 크게 손해를 보는 구조는 아니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호가 스프레드가 생길 수 있으므로 매도 타이밍은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직접 이런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는 투자자라면, 공시 게시판을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될 것입니다. 이들 ETF는 이미 4월 초부터 상관계수 기준 미달 공시를 매일 올려왔습니다. 공시를 챙겼다면 충분히 대비할 시간이 있었던 셈입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특정 ETF 4종의 퇴출로 끝날 문제가 아닙니다. 액티브 운용의 본질과 규제 설계 사이의 충돌이 현실로 드러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앞으로 제도 개선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ETF 투자자라면 상관계수 같은 유지 요건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한 번쯤 점검해 두시길 권합니다. 투자 판단은 각자의 몫이지만,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사이의 차이는 생각보다 클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 시에는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
https://www.yna.co.kr/view/AKR2026062508100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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