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해외 직구를 하려다가 결제창에서 손을 멈춘 적 있으신가요? 저는 지난주에 딱 그랬습니다. 분명 작년보다 상품 가격이 그대로인데 원화로 환산된 금액이 눈에 띄게 달라져 있었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1,520원대를 넘어서며 외환위기 이후 28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지금 한국 경제에 실질적인 압박이 쌓이고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외환위기 이후 처음 보는 숫자, 어쩌다 여기까지 왔나
원달러 환율이 1,521.4원을 기록했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중동 전쟁이 협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면서 국제유가가 안정을 찾기 시작했고, 저도 '이제 좀 숨통이 트이겠구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외환시장은 오히려 더 출렁이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9일까지의 월평균 환율은 1,521.4원으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출처: 한국은행]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환율이 가장 높았던 2009년 3월과 비교해도 약 70원이나 높습니다. 그리고 지난 15일 이후 1,500원대가 23거래일 연속 이어지고 있는데, 이 역시 1997~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 보는 수준입니다.
배경에는 달러인덱스(DXY) 급등이 자리합니다. 달러인덱스란 유로, 엔, 파운드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지수로 나타낸 것으로, 이 수치가 오르면 달러 대비 원화를 포함한 다른 통화들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집니다. 19일 장중 101선을 돌파하며 지난해 5월 이후 13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중동 전쟁이 달러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신호가 그걸 단번에 덮어버렸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제 경험상 시장은 지정학적 리스크보다 금리 방향에 훨씬 빠르게 반응하더군요.
[사진출처 : 중앙일보]
워시 Fed 의장 발 긴축 신호, 왜 원화에 직격탄이 됐나
이번 환율 상승의 핵심을 짚으려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FOMC란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회의체로, 이 회의 결과 하나가 전 세계 환율과 자본시장을 동시에 흔드는 위력을 가집니다. 케빈 워시 신임 Fed 의장이 주재한 첫 FOMC에서 기준금리는 연 3.50~3.75%로 동결됐지만, 시장은 이를 매파적 동결로 받아들였습니다.
여기서 매파적 동결이란 금리는 건드리지 않았어도 향후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Fed 위원 18명 중 9명이 올해 추가 금리 인상을 전망했고, 이 신호가 강달러 압력을 다시 키웠습니다. 원화는 구두개입과 국민연금 선물환 매도 재개로 한때 1,510원대까지 밀렸다가, FOMC 이후 야간장에서 1,540원대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발표한 원화의 실질실효환율도 심상치 않습니다. 실질실효환율이란 물가 수준과 교역 비중을 반영해 원화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5월 기준 84.75로 2009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는데, [출처 : 국제결제은행],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원화의 실제 가치가 가장 낮은 상태라는 뜻입니다.
제가 이 수치를 처음 봤을 때 꽤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환율 숫자만 보면 '달러가 비싸졌구나' 정도로 느끼기 쉬운데, 실질실효환율이 이 수준이면 수입 물가 전반에 압박이 쌓일 수밖에 없습니다. 가스비, 원자재, 소비재 전반의 가격 상승 압력이 이미 구조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지금 원화 약세를 구성하는 요인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워시 Fed 의장의 매파적 긴축 신호로 인한 달러인덱스 상승
-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순매도 지속 (올해 누적 120조 원 이상)
- 수출 기업들의 달러 매도 지연으로 인한 외환 수급 불안
- 중동 종전 협상 불확실성 재부각으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 심리
1,500원대 고착화, 당분간 피하기 어려운 이유
그렇다면 앞으로 환율은 어떻게 움직일까요? 저는 단기 반등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고 봅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구조적인 수급 불균형은 단기 구두개입으로 해소되지 않더군요.
[사진출처 : 중앙일보]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국내 주식을 120조 원 넘게 순매도했습니다. 아이러니한 건 외국인 지분율은 오히려 작년 말 36.27%에서 지금 41%대로 올랐다는 점입니다. 보유 종목 주가가 워낙 많이 올라 비중이 커진 건데, 이는 반대로 말하면 추가 매도 여력도 그만큼 남아 있다는 뜻입니다.
수출 기업들이 달러를 바로 내놓지 않는 것도 변수입니다. 환율이 더 오를 것 같으면 수출 대금을 달러로 들고 있는 게 유리하니까요. 여기에 개인과 기관투자자의 해외 투자 수요까지 겹치면 외환 수급은 구조적으로 달러 부족 상태가 됩니다.
일본도 지난해 엔화 방어에 11조 7,000억 엔을 직접 투입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었습니다. 한·일 양국 모두 강달러 앞에서 방어전을 벌이는 모양새인데, 결국 핵심은 미국 Fed가 언제 방향을 트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미국 고용 지표와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높게 나온다면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가 살아나고, 달러 강세 압력은 더 이어질 수 있습니다.
환율이 1,500원대에서 고착될 경우,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처럼 고강도 대응론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빅스텝이란 통상 0.25%포인트씩 조정하는 기준금리를 한 번에 두 배 폭인 0.50%포인트 올리는 조치를 말하는데, 부동산 대출이자와 가계 이자 부담에 직격탄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환율이 어디서 꺾일지 단언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독자분들께 한 가지는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해외여행이나 직구 계획이 있다면 환율 추이를 조금 더 촘촘히 살펴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달러 수요가 있으신 분이라면 분할 환전도 고려해 볼 만한 시점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중요한 환율 관련 결정은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하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na.co.kr/view/AKR20260619151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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