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 ETF가 증시를 흔들었다는 말, 처음엔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코스피가 한 달 만에 28% 가까이 빠졌는데, 그 배경에 개인투자자들이 많이 담은 ETF 상품이 있다는 게 직관적으로 잘 와닿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수치를 하나씩 들여다보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코스피 상승 출발 후 보합 - 연합뉴스]
한 달에 28%, 왜 이렇게 급하게 빠졌나
코스피는 올해 6월 19일 9,385포인트라는 고점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불과 한 달 만에 약 28%가 증발했습니다. 시장이 이렇게 빠르고 가파르게 무너지면 으레 "기업 실적이 나빠진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옵니다. 그런데 JP모간은 이번 보고서에서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은 여전히 견조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실적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수급 문제라는 얘기입니다.
제가 직접 이번 하락장을 지켜보면서 느낀 것도 비슷했습니다. 반도체 관련 종목들의 실적 가이던스가 망가진 것도 아니고, AI 투자 사이클이 꺾인 것도 아닌데 주가는 너무 빠르게 내렸습니다. 뭔가 수급 쪽에 문제가 있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그 실체가 레버리지 ETF였습니다.
핵심은 디레버리징(Deleveraging)입니다. 여기서 디레버리징이란 빌린 돈이나 레버리지를 끼고 투자한 자금을 급격히 줄이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시장이 하락하면 레버리지 투자자들은 손실을 줄이기 위해 보유 종목을 팔아야 하고, 그 매도가 다시 주가를 끌어내리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JP모간은 이번 하락이 바로 이 메커니즘으로 증폭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출처: JP모간 한국 증시 디레버리징 보고서]
여기에 VKOSPI(한국 변동성지수)까지 더해졌습니다. VKOSPI란 코스피 시장의 향후 변동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를 수치화한 지표로, 흔히 '한국판 공포 지수'라고 불립니다. 이번 하락장에서 VKOSPI는 미국의 VIX(변동성지수) 대비 약 5배 수준까지 벌어졌습니다. 같은 글로벌 악재가 와도 한국 시장이 훨씬 크게 흔들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레버리지 ETF 규모, 미국의 4배라는 숫자가 말해주는 것
일반적으로 ETF는 분산투자가 가능한 안정적인 상품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레버리지 ETF, 특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분산의 개념 자체가 없습니다.
6월 말 기준으로 한국 자산을 기초로 한 레버리지 ETF의 순자산(NAV)은 500억 달러, 한화로 약 73조 원에 달했습니다. 여기서 순자산(NAV, Net Asset Value)이란 ETF가 실제로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총가치를 말합니다. 이 규모가 시장 크기 대비로 보면 미국의 약 4배 수준이라는 게 JP모간의 분석입니다. 시장 규모는 미국보다 작은데, 레버리지 자금의 비중은 4배라는 뜻입니다. 이 불균형 자체가 폭탄이었습니다.
더 구체적으로 보면, 5월 27일 출시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들이 출시 직후 시가총액과 거래대금을 빠르게 키웠습니다. 그리고 반도체 주가 변동성이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시점과 맞물렸습니다. 타이밍이 최악이었던 겁니다.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하필이면 급상승 국면에서 조정되는 꼭대기에서 도입되는 바람에 착시를 일으킨 측면이 있다"고 한 말이 꽤 정확한 표현이라고 봅니다.
이번 규제 강화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ETN 신규 상장 잠정 중단
- 기본예탁금 3,000만 원으로 상향(대용증권 불인정, 현금만 인정)
- 레버리지 상품 사전교육 시간 3시간으로 확대
- 매매수량 단위를 1좌에서 20좌로 확대(11월 예정)
- 괴리율 관리 기준 2%로 강화
솔직히 이 보완책이 충분하냐는 질문에는 저도 확신이 없습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이거 가지고 되겠냐는 지적도 있다"고 했을 정도니까요. 음의 복리효과(레버리지 상품에서 가격이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면 원금이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현상)에 대한 이해 없이 이 상품에 뛰어든 투자자들이 많았다는 게 문제의 본질이고, 예탁금을 올린다고 그 본질이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출처: 금융위원회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보완방안]
청산이 75% 진행됐다면, 지금 들어가도 되는가
JP모간은 이번 보고서에서 레버리지 ETF 청산이 약 75% 진행됐다고 추정했습니다. 목표치로 설정한 180억 달러(약 26조 원)까지 줄어드는 과정의 4분의 3이 끝났다는 뜻입니다. 헤지펀드의 디레버리징도 절반 이상 완료된 것으로 봤습니다.
여기서 롱숏 헤지펀드(Long-Short Hedge Fund)를 짚고 가겠습니다. 롱숏 전략이란 오를 것 같은 종목은 매수(롱)하고, 내릴 것 같은 종목은 공매도(숏)해서 시장 방향에 관계없이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입니다. 이 자금들이 레버리지를 끼고 한국 시장에 집중됐다가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변동성이 극대화됐습니다. JP모간 프라임북 기준 롱숏 비율이 5.5배 이상에서 현재 4배 미만으로 내려왔다는 건 그나마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제가 이 숫자에서 주목한 것은 "75% 완료"라는 표현입니다. 뒤집어 말하면 아직 25%가 남아 있다는 얘기입니다. 외국인 순매도도 올해 1,100억 달러를 넘길 것으로 전망되지만, 90% 이상이 메모리 반도체 종목에서 발생했고, 최근 해당 비중이 낮아지면서 매도 압력은 완화되는 흐름입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계속 확대되고 있고, 메모리 수요 둔화가 실제 시장에서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입니다.
JP모간은 한국 주식에 대한 '비중확대(Overweight)' 의견과 코스피 12개월 목표치 12,500을 유지했습니다. 강세 시나리오는 15,000, 약세 시나리오는 8,000입니다. 저는 이 전망을 그대로 믿기보다는, 디레버리징 마무리 여부와 외국인 수급 흐름을 실제로 확인하면서 판단해야 한다고 봅니다.
결국 이번 급락의 교훈은 하나입니다. 레버리지는 상승장에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도구인 동시에, 하락장에서 시장 전체를 흔드는 불안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 사태는 한국 시장이 레버리지 자금에 얼마나 취약한 구조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습니다. 지금 당장 매수 타이밍을 재기보다는, 나머지 25%의 청산이 어떻게 마무리되는지, 금융당국의 추가 규제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좀 더 지켜보는 것이 현명한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아래 이루어져야 합니다.
참고 : https://v.daum.net/v/20260721150047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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