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번 뉴스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미국이 한국 정부에 "쿠팡을 표적 삼지 말라"고 압박하는 배경이 뭔가 싶었는데,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쿠팡 주주였다는 사실이 공식 문서로 확인됐습니다. 단순한 외교 갈등이 아니라, 미국 권력 핵심부의 금전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해충돌: 트럼프가 쿠팡 주주였다는 사실이 왜 문제인가
제가 이 사안을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과연 이게 우연일까"였습니다. 미국 정부윤리청(OGE)이 공개한 재산 신고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약 7개월 동안 뉴욕 증시에 상장된 쿠팡 주식을 18차례에 걸쳐 사고팔았습니다. 현재도 최대 13만 달러, 한화로 약 2억 원 규모의 쿠팡 주식을 보유 중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출처: 미국 정부윤리청 OGE]
여기서 이해충돌(Conflict of Interest)이란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사적 이익과 연결된 사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판사가 자기 친척 회사 소송을 맡는 것과 비슷한 구조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쿠팡 조사를 "미국 기업 표적화"로 규정하고 외교적으로 압박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해당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 측은 "운용사가 독립적으로 거래했으며 본인은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연간 22억 달러, 약 3조 4천억 원의 소득을 올리는 그의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쿠팡 주식 2억 원의 비중은 극히 미미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이 사설에서 "대통령 직위를 폄훼하는, 보기 흉하고 뻔뻔한 일"이라고 직접 비판한 것은 단순히 금액의 크고 작음 때문이 아닙니다. 문제는 구조입니다.
이번 논란에서 제가 더 주목한 것은 거래 타이밍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유예 발표 하루 전날 애플 등 우량주 300만 달러어치를 매수했고, 미국 정부의 인텔 지분 인수 계획 공개 직전에도 인텔 주식을 사들였습니다. 쿠팡 주식 최초 매수 시점 역시 한미 APEC 정상회의가 예정된 시기와 맞물려 있었습니다. 이런 패턴이 반복된다면, "운용사가 알아서 했다"는 해명은 점점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로비: 트럼프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제 경험상 이런 사안은 한 사람의 문제로 끝나지 않더라고요. 파고들수록 연루된 인물이 늘어났습니다. 실제로도 그랬습니다.
미국의 대한국 무역협상을 주도하는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취임 전 로펌 재직 시절 쿠팡으로부터 1만 달러의 강연·자문 사례금을 받은 것으로 공식 신고됐습니다. 여기서 USTR이란 미국 무역대표부(United States Trade Representative)의 약자로, 미국의 대외 무역정책을 총괄하고 각국과의 협상을 직접 이끄는 핵심 기관입니다. 한국 입장에서는 무역 협상 테이블의 상대방이 과거 쿠팡으로부터 금전을 수령한 인물이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대한국 외교의 핵심 역할을 맡은 엘리슨 후커 국무부 정무차관도 취임 전 컨설팅 회사 아메리칸글로벌전략(AGS)의 선임 부회장으로 재직하면서 쿠팡에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보수를 수령했다고 신고했습니다. 미국 재산신고 규정상 연간 5,000달러 이상이면 신고 의무가 생기는데, 후커 차관은 구체적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이 세 가지 사실을 종합하면 그림이 선명해집니다.
- 트럼프 대통령: 쿠팡 주식 직접 보유, 18차례 거래
- 그리어 USTR 대표: 쿠팡으로부터 강연·자문 사례금 1만 달러 수령
- 후커 국무부 정무차관: 쿠팡 고객사 컨설팅 보수 수령
단순한 이해충돌 의혹이 아니라, 미국의 대한국 외교·통상 라인 전반에 쿠팡과의 금전적 연결고리가 존재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쿠팡의 전방위적인 워싱턴 로비(Lobbying)가 상당히 효과적으로 작동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워싱턴 로비란 기업이나 단체가 자신에게 유리한 정책을 이끌어내기 위해 정치인·관료 등에게 합법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활동을 말합니다. 미국에서는 합법이지만, 그것이 외국 정부에 대한 외교적 압박으로 연결될 때 문제가 됩니다.
[사진출처 : 서울신문]
한미관계: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이 지점에서 독자분들이 가장 궁금한 건 "그래서 우리는 어쩌란 거야"일 겁니다. 저도 그게 제일 답답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쿠팡 주식 보유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습니다. 외국 정상의 재산 구성에 대해 한국 정부가 이해충돌 여부를 공개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외교적으로 득보다 실이 크고, 이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으로 보입니다. 저는 이 신중한 태도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침묵이 무기력처럼 보여서는 곤란합니다.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는 이달 초 보고서를 통해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미국 기업에 공격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Fair Trade Commission, FTC)란 독점·불공정거래를 규제하는 한국의 독립 행정기관으로, 기업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감시하는 역할을 합니다. 한국의 공정위가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불공정 거래 의혹을 조사하는 것은 당연한 법 집행인데, 이를 "표적 조사"로 프레이밍하는 것은 사실 왜곡에 가깝습니다. [출처: 공정거래위원회]
제가 보기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두 가지입니다. 미국 의회와 싱크탱크를 상대로 한 대외 설명 활동을 더 체계적이고 광범위하게 펼쳐서 한국의 법 집행 정당성을 각인시키는 것, 그리고 쿠팡 사안이 한미 안보 협력과 불필요하게 연계되지 않도록 투트랙 관리를 이어가는 것입니다. 외교가에서도 미국 의회의 "자국 기업 챙기기"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단기 대응보다는 지속적인 설명 외교가 더 중요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쿠팡 주식을 팔든 보유하든, 미국 행정부가 "미국 기업 보호"를 명분으로 삼는 한 이 압박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한국 정부가 공정위 조사의 근거와 절차를 투명하게 국제사회에 알리는 작업을 서두를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사안은 쿠팡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한국에 진출한 미국 대형 기업들이 문제를 일으켰을 때 우리 정부가 어디까지 독립적으로 법 집행을 할 수 있느냐의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공개된 자료와 개인적인 의견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며, 전문적인 법률 또는 금융 조언이 아닙니다.
참고 :
https://imnews.imbc.com/replay/2026/nwdesk/article/6835135_37004.html
댓글
댓글 쓰기
자유롭게 질문해주세요. 단, 광고성 댓글 및 비방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