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가 시간당 얼마를 버는지 한 번이라도 계산해 보신 적 있습니까? 저는 한 달간 배달 플랫폼을 직접 써보면서 기사님들과 대화할 기회가 많았는데, 건당 단가와 실제 이동 시간을 역산해 보고 나서 꽤 멍했습니다. 2026년 6월, 최저임금위원회가 다시 한 번 도급제 근로자 최저임금 적용을 부결시켰습니다. 40년 넘는 제도 역사에서 처음으로 노동부 장관이 심의 요청서까지 넣었는데도 결과는 반대 15표였습니다.
도급제 근로자란 누구이고, 왜 보호받지 못하는가
도급제란 일한 시간이 아니라 성과나 물량에 따라 보수를 지급받는 근로 형태입니다. 여기서 도급제 근로자란 택배기사, 배달라이더, 대리운전기사, 학습지 교사처럼 건당 또는 콜당 수수료를 받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이들은 흔히 특고(특수고용) 노동자 또는 플랫폼 종사자라 불립니다.
문제는 이들이 법적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로 분류된다는 데 있습니다. 여기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종속적으로 일하는 사람을 의미하는데, 도급제 종사자들은 계약 형식상 독립 사업자로 묶여 있어 이 범주에서 빠져나가지 못합니다. 결국 최저임금법 보호도 받지 못하는 구조입니다.
제가 직접 여러 배달기사 분들과 얘기해 봤을 때 공통적으로 나오는 말이 있었습니다. "4대보험도 없고, 기름값이나 차량 수리비 다 빼고 나면 손에 쥐는 게 얼마 안 된다"는 것입니다. 민주노총이 3차 회의에서 제시한 계산에 따르면 택배·배송 노동자의 총수익에서 유류비, 차량 유지비, 4대보험 부담분을 뺀 순수익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업무 수행에 필요한 대기시간, 이동시간, 준비시간까지 반영하면 시간당 실질 보수는 더 낮아집니다.
현재 국내 특고·플랫폼 종사자 수는 약 900만 명 수준으로 추산됩니다([출처: 고용노동부](https://www.moel.go.kr)). 이들이 제도의 사각지대에 묶여 있다는 사실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닌데, 정작 바뀌는 건 없었습니다.
5차 전원회의 부결, 공익위원이 결정했다
2026년 6월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5차 전원회의, 표결 결과는 찬성 11표, 반대 15표, 무효 1표였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위원·사용자위원·공익위원 각 9명, 총 27명으로 구성됩니다. 여기서 공익위원이란 노사 어느 편에도 속하지 않는 중립적 전문가 집단으로, 표결 교착 상태를 풀어줄 캐스팅보트 역할을 합니다.
근로자위원 9명 전원이 찬성했다고 보면, 반대 15표는 사용자위원 9명 전원과 공익위원 다수가 반대표를 던졌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노동부 장관이 직접 심의 요청서에 도급제 근로자 최저임금 별도 설정 여부를 명시했음에도 공익위원 과반이 반대 쪽으로 기운 것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중립을 표방하는 공익위원들이 사실상 경영계 입장에 가까운 결정을 내린 셈이니까요.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습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각각 성명을 내고 이번 결정이 저임금 취약노동자 보호라는 최저임금 제도의 본래 취지를 외면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노동부가 실태조사 연구용역을 발주해 두고도 그 결과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채 심의 과정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다는 지적은 제가 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이날 표결 전 노동계가 제안한 핵심 요구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 도급제 근로자 최저임금 별도 적용을 위한 최임위 산하 전문위원회 설치
- 순수익(총수익에서 업무비용·사회보험 부담분을 뺀 금액)이 법정 최저임금 이상이어야 한다는 원칙 명시
- 대기시간·이동시간·준비시간 등 비계량 노동시간을 임금 산정에 반영
- 영국 공정단가 모델을 참조한 직종별 최저임금 산정 방식 도입
이 모든 제안은 표결 전 논의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묻혔습니다.
경영계 반론과 제도적 충돌, 어디서 막히는가
경영계 입장도 단순히 "돈이 아깝다"는 논리가 아니라는 점은 인정해야 합니다. 사용자위원 측의 핵심 주장은 법 해석의 문제입니다. 최저임금법 적용 대상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데, 특고·플랫폼 종사자는 개인사업자로 계약된 만큼 애초에 최저임금위 논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최저임금법 5조 3항이란 "최저임금을 시간·일·주·월 단위로 정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 도급제 등 다른 방식으로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다"는 규정입니다. 노동계는 이 조항을 근거로 도급제 종사자에게도 최저임금을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경영계는 이 조항이 이미 근로자로 인정된 사람에게만 적용된다고 맞섭니다. 같은 조문을 두고 40년째 평행선인 셈입니다.
경영계가 연구용역 결과에 이의를 제기한 방식도 제 경험상 좀 다르게 읽힙니다. "친노동계 연구기관이 조사했다"며 결과 자체를 부정한 건데, 이 논리라면 사용자 측이 원하는 연구기관이 하지 않는 한 어떤 실태조사도 신뢰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됩니다. 제도 개선을 원천 차단하는 논리에 가깝습니다.
소상공인의 비용 부담 우려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최저임금법 적용 확대의 직접 대상은 플랫폼 기업이나 대형 물류사이지, 동네 가게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비용 귀속 주체를 좀 더 정밀하게 따져봐야 할 부분입니다([출처: 최저임금위원회](https://www.minimumwage.go.kr)).
다음 논의는 어디로 가는가, 독자가 알아야 할 것
도급제 적용 논의가 부결되면서 최저임금위원회는 이제 업종별 구분 적용 논의로 넘어갑니다. 업종별 구분 적용이란 최저임금을 전 업종 단일 금액이 아니라 업종마다 다르게 설정하는 방식입니다. 이 제도는 1988년 최저임금법 시행 첫해 딱 한 번 적용된 이후 이듬해부터 단일 최저임금 체제로 유지되어 왔습니다.
경영계는 이 구분 적용을 강하게 밀고 있습니다. 반면 노동계는 구분 적용이 저임금 업종의 임금 상승을 막는 장치로 악용될 수 있다며 반대합니다. 제6차 전원회의가 6월 16일로 예정된 만큼, 이 공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업종별 논의가 마무리되면 노사 양측의 2027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이 나옵니다. 민주노총은 이미 현재 최저임금 1만320원에서 26.6% 인상된 1만3070원을 요구안으로 내놓은 상태입니다. 법정 심의 시한은 6월 29일이지만, 실제로는 매년 7월 중순 안팎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도급 근로자 보호 문제는 이번 부결로 끝난 게 아니라 내년 심의 테이블로 미뤄진 것입니다. 배달앱을 쓸 때마다 마주치는 라이더 한 명 한 명이 어떤 법적 지위 아래 일하고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보시는 것을 권해 드립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법률·노무 조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노동법 적용 여부는 전문가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khan.co.kr/article/202606112128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