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이 "사장님, 저 실업급여 좀 받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라고 부탁해올 때, 거절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오래 함께 일한 사람이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사안을 접하고 나서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말이 얼마나 위험한 생각인지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선의로 도운 것이 수백만 원짜리 징수금으로 돌아왔고, 돈을 돌려받으려던 소송마저 기각된 이 사건은 생각할수록 씁쓸합니다.
공동불법행위, 사장도 피해자가 될 수 없다
서울에서 일본식 주점을 운영하던 사업주 A씨의 사례는 많은 자영업자들이 한 번쯤 고민해봤을 상황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2년 넘게 근무한 직원 B씨가 퇴직하면서 실업급여 수급 요건이 안 됨에도 서류를 맞춰달라고 요청했고, A씨는 이에 협조했습니다. 얼마 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서부지청의 조사에서 이 사실이 적발되었고, A씨에게는 410만 8270원의 징수금이 부과되었습니다.
여기서 징수금이란, 부정수급 행위에 가담한 사업주나 수급자에게 국가가 지급된 급여를 환수하고 추가로 제재금을 부과하는 처분을 말합니다. 단순히 받은 돈을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 최대 5배까지 추가 징수가 가능합니다. A씨가 납부한 금액 외에도 B씨에게 부과된 징수금은 1232만 원에 달했습니다.
억울하다고 느낀 A씨는 납부한 징수금을 B씨에게 돌려달라며 구상금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구상권이란, 타인의 채무를 대신 변제한 사람이 그 타인에게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쉽게 말해 "내가 대신 냈으니 네가 돌려줘"라고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권리입니다. A씨 입장에서는 자신은 도와준 것뿐이고, 실제로 급여를 받은 건 B씨이니 B씨가 물어야 한다는 논리였습니다.
그런데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A씨를 단순한 방조자가 아닌 공동불법행위자로 봤습니다. 공동불법행위란 두 사람 이상이 함께 위법 행위를 해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각자가 연대하여 책임지는 법적 개념입니다. 재판부는 부정수급 가담 경위와 역할을 따져 A씨 책임 비율을 25%, B씨를 75%로 나눴습니다. 전체 손해액 1643만 3080원의 25%가 바로 A씨가 납부한 410만 8270원과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즉, A씨는 자신의 몫을 낸 것이지, B씨 몫을 대신 낸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구상권을 행사할 여지 자체가 없었던 겁니다.
고용보험법 제62조를 보면 이 구조가 더 명확해집니다. 해당 조항은 부정수급자에게 급여 반환을 명할 수 있고, 사업주와 공모한 경우에는 연대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연대 책임이란 채무자 여러 명이 각각 전체 금액을 부담할 의무를 지는 것으로, 국가 입장에서는 사업주에게 먼저 청구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뜻입니다.
이 판결을 처음 접했을 때 저는 솔직히 A씨가 너무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직원이 먼저 부탁한 것이고, 자신이 직접 돈을 받은 것도 아닌데 결국 400만 원 넘게 날린 셈이니까요. 그런데 법적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법원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허위 서류에 사인한 순간, 이미 공범이 된 것입니다.
이 사안에서 사업주가 특히 주의해야 할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직원의 실업급여 서류 작성에 협조하는 행위는 단순 편의 제공이 아니라 공동불법행위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 적발 시 사업주에게도 징수금이 직접 부과되며, 이를 직원에게 구상하기 어렵습니다.
- 고용보험법상 사업주와 수급자는 연대 책임을 지므로, 국가는 누구에게든 먼저 청구할 수 있습니다.
- 직원이 주도했더라도 묵인하거나 협조한 사실만으로도 법적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사진출처 : 한국경제신문]
중국 청년 실업률이 보여주는 취업난의 민낯
이 사건을 들여다보면서 한편으로는 왜 이런 부정수급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지도 생각하게 됩니다. 취업난이 심각해질수록 실업급여를 둘러싼 유혹도 커지기 마련입니다. 중국의 상황은 그 극단적인 사례를 보여줍니다.
중국 정부는 최근 교육부, 인력자원사회보장부 등 8개 부처를 동원해 '국가 채용 캠페인'(國聘行動)을 발표했습니다. 5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되는 이 캠페인은 2024~2025년 대졸 미취업 청년의 취업을 촉진하고, 국유기업과 주요 민간 테크기업의 채용 규모를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올해 중국의 대학 졸업자는 약 1270만 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가 예상됩니다([출처: 연합뉴스](https://www.yna.co.kr)).
여기서 청년 실업률이란, 통상 15~29세 혹은 국가별로 16~24세 인구 중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음에도 취업하지 못한 비율을 의미합니다. 중국은 2023년 6월 이 수치가 21.3%까지 치솟자 관련 통계 발표를 돌연 중단했습니다. 이후 재학생을 제외한 16~24세 도시 청년만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기준을 도입했고, 2025년 4월 기준 16.3%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통계 발표 중단 조치가 개인적으로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숫자가 불편해지면 발표를 멈추는 방식은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덮는 것에 가깝습니다. 통계 기준을 바꿔 수치를 낮추는 것 역시 실제 체감 취업난과 괴리를 만들어냅니다.
경제활동참가율이라는 개념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경제활동참가율이란 생산가능인구 중 실제로 취업했거나 구직 중인 사람의 비율을 나타냅니다. 취업을 아예 포기한 청년들은 실업률 통계에 잡히지 않기 때문에, 실업률 수치만 보면 실제 취업난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청년 고용 문제가 통계상 수치보다 훨씬 심각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중국이 국가 차원의 채용 드라이브를 걸 수밖에 없는 배경을 이해하면, 한국에서 실업급여 부정수급이 왜 반복되는지도 조금 달리 보입니다. 취업의 문이 좁아질수록 수급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도 어떻게든 실업급여를 받으려는 유혹이 커지고, 그 과정에서 사업주를 끌어들이는 구조가 반복되는 겁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실업급여 부정수급 적발 건수는 매년 수천 건에 달하며, 적발된 경우 사업주도 연대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출처: 고용노동부](https://www.moel.go.kr)).
이러한 구조적 흐름을 보면, 단순히 "사업주가 나쁘다" 혹은 "직원이 나쁘다"로 나누기보다는 취업난이라는 배경 위에서 왜 이런 선택들이 반복되는지 함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 사건이 남기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직원의 부탁이 아무리 딱하게 들려도, 실업급여 서류에 허위로 협조하는 순간 사업주는 공동불법행위자가 됩니다. 선의로 시작했더라도 법 앞에서 선의는 면죄부가 되지 않습니다. 비슷한 요청을 받은 적 있다면, 혹은 앞으로 받을 가능성이 있다면, 이 판결을 먼저 떠올리시길 바랍니다. 거절이 불편할 수 있지만, 수백만 원짜리 징수금과 소송 패소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법률 조언이 아닙니다. 실제 법적 판단이 필요한 경우 반드시 노무사 또는 변호사 등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5256557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