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식 커뮤니티에 들어가면 스페이스X 이야기가 안 나오는 날이 없습니다. 저도 며칠 전 지인한테서 "스피어 알아?" 라는 메시지를 받고 처음으로 국내 우주 밸류체인을 진지하게 들여다봤는데, 파면 팔수록 단순한 테마 열풍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이게 다 장밋빛일 리 없다"는 찜찜함도 가시질 않았고요.
패시브펀드가 흔들리면 대형 기술주가 팔린다
스페이스X IPO의 예상 조달 규모는 최대 75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07조 원입니다.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라는 수식어가 괜히 붙은 게 아닙니다. 그런데 이 돈이 어디서 나오느냐가 문제입니다.
여기서 패시브펀드(Passive Fund)란 시장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펀드를 말합니다. 즉, 특정 종목을 매니저가 직접 고르는 게 아니라, 지수 편입 종목 변동에 따라 기계적으로 사고파는 구조입니다. 스페이스X처럼 시가총액이 어마어마한 기업이 지수에 빠르게 편입되면, 패시브펀드는 이 종목을 의무적으로 담아야 합니다. 그 매수 재원을 마련하려면 기존에 보유하던 다른 종목을 팔 수밖에 없습니다.
시장 분석가들 사이에서는 그 매도 압력이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대형 기술주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꽤 설득력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AI 투자 열풍이 이어지면서 현금성 자산, 즉 드라이파우더(Dry Powder)가 사상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시장 대기 자금이 빠듯한 상황입니다. 드라이파우더란 펀드가 언제든 투자에 쓸 수 있도록 묵혀둔 여유 현금을 뜻하는데, 이게 말라붙으면 신규 투자를 위해 기존 자산을 팔아야만 합니다.
물론 "IPO 하나로 기술주 전체가 흔들리겠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도 그 반론 자체를 무시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앤트로픽, 오픈AI까지 상장 대기열에 줄을 서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 번의 충격이 아니라 연쇄적인 매도 압력이 올 수 있다는 쪽이 더 현실적으로 보입니다([출처: 연합인포맥스](https://news.einfomax.co.kr/news/articleView.html?idxno=4417093)).
이 상황에서 제가 체크하고 있는 포인트는 다음 세 가지입니다.
- 스페이스X의 지수 편입 속도와 시점 (빠를수록 패시브 매도 압력 커짐)
- 앤트로픽, 오픈AI 상장 일정과의 시간적 겹침 여부
- 현재 대형 기술주의 밸류에이션 수준 (고평가 구간일수록 매도 탄력 강함)
특수합금 병목과 스타십 기술 리스크, 어디까지 믿을 수 있나
스페이스X의 투자설명서(S-1)에 '강철과 소재 조달'이 위험 요인으로 명시됐다는 건 제가 처음 읽었을 때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시가총액 1조 7500억 달러를 바라보는 기업이 "쇳덩이가 부족할 수도 있다"고 공시 서류에 적어 넣은 겁니다. 역설적이지만, 그 솔직함 때문에 오히려 그 부분에 돈이 몰리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스타십과 팰컨9의 로켓 엔진은 니켈기 초내열합금(Nickel-based Superalloy)으로 제작됩니다. 여기서 니켈기 초내열합금이란 니켈에 크롬, 코발트, 텅스텐 등을 정밀하게 배합해 극한 환경에서도 형태와 강도를 유지하도록 만든 고성능 금속 소재를 말합니다. 로켓 엔진 내부 온도는 최대 3300도까지 치솟고, 재사용 과정에서 영하 270도 극저온도 견뎌야 하는 만큼 일반 합금으로는 대체가 불가능합니다.
이 시장이 연평균 15.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내 상장사 중 스페이스X에 직접 납품하는 기업으로 스피어(347700)가 거론됩니다. 스페이스X와 10년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추정 계약 규모는 약 1조 5440억원입니다. 진입 장벽이 높은 이유도 분명합니다. 항공우주 등급 인증(Airworthiness Certification)을 받으려면 수년간의 비행 데이터 축적이 필수인데, 여기서 항공우주 등급 인증이란 해당 소재나 부품이 실제 비행 환경에서 안전하게 작동함을 정부 기관이 공식으로 인정한 자격을 뜻합니다. 신규 업체가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출처: Bloomberg](https://www.bloomberg.com)).
그런데 저는 여기서 한 가지 불편한 사실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2일 텍사스 보카치카에서 발사된 스타십 V3 미션에서 슈퍼 헤비(Super Heavy) 부스터가 분리 후 제어력을 잃고 멕시코만 상공에서 파괴됐습니다. 슈퍼 헤비 부스터란 스타십을 대기권 밖으로 밀어 올리는 1단 추진체로, 재사용을 전제로 설계된 핵심 구성 요소입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공공 안전 검증이 완료될 때까지 추가 발사를 전면 보류했습니다.
"스타십이 성공적으로 안착했으니 문제없는 것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읽었습니다. IPO를 앞두고 기술 신뢰성에 물음표가 붙은 겁니다. 과거 스타십 초기 발사 때도 폭발 사고로 수개월이 묶인 전례가 있습니다. 단기 지연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 구조적 결함으로 판명되면 발사 일정 전체가 밀릴 수 있고, 이는 스피어 같은 밸류체인 기업의 실적 가시성에도 직결됩니다. 제 경험상, 이런 기술 리스크가 드러났을 때 주가가 먼저 오른 종목일수록 낙폭도 가파릅니다. 스피어 주가가 최근 1년 사이 328% 올랐다는 사실이 기회인 동시에 부담인 이유입니다.
[사진출처 : 중앙일보]
결국 스페이스X IPO는 기회와 리스크가 동시에 켜진 이정표입니다. 대형 기술주 매도 압력은 단기 변수이고, 특수합금 공급망은 장기 구조적 테마에 가깝습니다. 저는 둘을 한 덩어리로 보고 흥분하기보다, 스타십 FAA 조사 결과와 스페이스X의 시정 계획이 나오는 시점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순서라고 봅니다. 지금 당장 매수하고 싶다면 스피어 같은 직접 수혜주보다, 매도 압력을 받아 조정 구간에 들어오는 대형 기술주를 오히려 눈여겨볼 시점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글은 개인적인 분석과 경험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최종 판단은 반드시 본인의 기준으로 하시길 바랍니다.
참고:
https://news.einfomax.co.kr/news/articleView.html?idxno=4417093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313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