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을 막으면 끝나는 문제였을까요? 삼성전자 노사가 극적으로 잠정합의에 도달했다는 뉴스를 보면서 저는 오히려 더 큰 물음표가 머릿속에 자리 잡았습니다. 성과급을 영업이익에 연동해 제도화하라는 요구, 이게 정말 노동자에게도 기업에게도 좋은 방향인지 직접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영업이익은 '최종 성적표'가 아닙니다
처음 이 이슈를 접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저는 막연히 "영업이익이 많으면 직원들도 많이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하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들여다보니 영업이익이라는 지표가 생각보다 훨씬 '중간 지점'에 위치한 숫자였습니다.
영업이익(Operating Income)이란 매출에서 원가와 판매관리비 같은 운영비용을 뺀 수치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법인세, 이자비용, 환차손이 아직 반영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입니다. 환차손이란 외화 거래 과정에서 환율 변동으로 발생하는 손실을 뜻하는데, 글로벌 사업을 하는 삼성전자 같은 기업에서는 이 금액이 결코 작지 않습니다.
쉽게 말해 영업이익이 1조 원이어도, 세금과 이자를 내고 나면 순이익이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가 실제로 존재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고정 지출해야 한다면, 기업은 사실상 빚을 내서 성과급을 주는 구조에 빠질 수 있습니다. 제가 처음에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현실이었습니다.
OPI 기준 논쟁, 사업부 간 격차가 불씨였다
삼성전자의 성과급 체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것이 OPI입니다. OPI(초과이익성과급, Outperformance Incentive)란 전년도 경제적 부가가치(EVA)의 20%를 재원으로 하여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EVA는 세후 영업이익에서 투하자본 비용을 뺀 값으로, 단순 영업이익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을 적용합니다.
올해 지급된 2025년도분 OPI만 봐도 사업부 간 격차가 선명했습니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DS 부문은 연봉의 47%, MX 사업부는 50%를 받은 반면, 영상디스플레이·생활가전(VD·DA) 사업부는 12%에 그쳤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격차가 내부에서 쌓이면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응집력을 흔드는 문제로 번지게 됩니다.
노조가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을 요구하고 나선 배경에는 이 불투명한 산정 기준에 대한 불신이 있었습니다. 이번 잠정합의안에는 사업 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하고, 이를 RSU 형태로 지급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란 일정 기간 근무하면 회사 주식을 무상으로 받는 보상 방식입니다. 애플, 엔비디아 같은 글로벌 빅테크들이 선호하는 방식으로, 직원이 주주와 같은 방향으로 회사 성장을 바라보게 만드는 구조입니다.
주주 충실의무와 상법, 왜 문제가 되나
이 논쟁에서 저를 가장 생각하게 만든 부분은 법적 문제였습니다. 전문가들이 언급하는 주주 충실의무 위반 가능성이 처음에는 추상적으로 들렸는데, 파고들수록 꽤 실질적인 쟁점이었습니다.
상법상 주주는 잔여청구권자(Residual Claimant)로 분류됩니다. 잔여청구권자란 기업이 모든 비용과 부채를 처리하고 남은 재산에 대해서만 권리를 갖는 이해관계자를 뜻합니다. 배당조차 세금과 이자를 다 내고 남은 배당가능이익 안에서만 지급됩니다.
그런데 영업이익에서 성과급을 먼저 고정 배분하면, 근로자가 주주보다 선순위 이해관계자가 되는 역전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익 배분 방식은 상법상 이사회 결의와 주주총회 승인이 필요한 영역인데, 단체협약으로 이를 명문화하면 이사가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즉 배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출처: 고용노동부](https://www.moel.go.kr)).
이재명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기업의 주인인 주주조차 배당가능이익 안에서만 몫을 챙기는데, 노조가 그 앞순위에서 확정적인 비율을 요구하는 것은 선을 넘었다"고 직접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저는 이 발언이 노동 탄압이 아니라 기업 재무구조의 기본 원칙을 짚은 것이라고 읽었습니다.
성과급 논쟁의 주요 쟁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영업이익은 세금·이자·환차손이 반영되지 않은 중간 지표로, 최종 순이익과 다르다
- 영업이익 고정 배분 시 순이익 적자 상태에서도 성과급 지출이 발생할 수 있다
- 상법상 이익 처분권은 이사회와 주주총회 권한으로, 단체협약으로 선점하면 배임 논란 소지가 있다
- RSU 방식은 직원과 주주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대안으로 거론된다
TSMC까지 번진 파장, 성과급 갈등은 글로벌 의제다
삼성전자 사태가 국내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 제가 직접 겪어보니 더 실감났습니다. TSMC 직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성과급 15% 삭감설"이 돌자, "삼성전자처럼 파업할 때가 됐다"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TSMC는 올해 1분기에만 약 26조 8천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일본 등에 신규 반도체 공장 12곳을 건설하면서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고 있어 성과급 재원이 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대만 언론들은 이 소식을 삼성전자 찬반투표 뉴스와 나란히 배치했고, 파업 가능성을 진지하게 다루었습니다.
파운드리(Foundry)란 반도체 설계 없이 위탁 생산만 전문으로 하는 사업 방식으로, TSMC가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분야에서 파업이 발생하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전체에 파장이 미치기 때문에, TSMC 파업론은 삼성전자와 비교도 안 될 만큼 큰 충격파를 낼 수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삼성전자 사태를 계기로 AI 시대 초과이익 배분 방식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출처: 고용노동부](https://www.moel.go.kr)). 기업 이익을 근로자 보상, 주주 환원, 미래 투자, 협력업체 공유 사이에서 어떻게 나눌 것인지가 이제 개별 기업의 노사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의제가 된 셈입니다.
[사진출처 : 뉴시스]
성과급을 영업이익에 고정 연동하는 것이 옳다, 그르다 단순히 나눌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걸, 이 이슈를 따라가면서 제 생각이 계속 바뀌었습니다. 결국 어떤 지표를 기준으로 하느냐보다, 그 과정이 투명하고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해치지 않는지가 더 본질적인 물음이라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RSU처럼 직원과 주주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구조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앞으로의 사회적 논의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며, 전문적인 법률 또는 재무 조언이 아닙니다.
참고: https://www.newsis.com/view/NISX20260525_0003643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