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세금을 영구히 안 내도 된다는 게 사실일까요? 저도 처음엔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정부가 바로 그 '영구 혜택'에 손을 대려 하고 있습니다. 2018년 전후로 등록된 장기 매입임대 아파트 물량이 올해부터 의무 임대기간을 채우고 쏟아질 수 있는 시점인데, 정부는 여기서 매물을 끌어낼 카드로 양도세 중과배제 혜택 축소를 꺼내 들었습니다.
등록임대 제도, 왜 이 시점에 다시 문제가 됐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가 2025년 5월 9일을 끝으로 종료됐습니다. 양도소득세 중과란,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팔 때 기본세율 6~45%에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 이상은 30%포인트를 추가로 부과하는 제도입니다. 쉽게 말해 집을 두 채 이상 가진 사람이 파는 순간 세금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문제는 이 중과 유예가 끝나면서 오히려 매물이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양도세 중과 시행 방침이 나온 이후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8만 80건에서 6만 9,175건으로 한 달 새 1만 건 넘게 줄었습니다. 매도하면 손해니까 그냥 들고 있겠다는 심리가 시장 전체에 깔린 겁니다.
저는 이 흐름을 보면서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유예 종료 전에 '절세 매물'이 더 쏟아질 거라고 봤는데, 실제로는 이미 2~3월에 움직일 사람은 다 움직였고 남은 건 장기 보유 의지가 강한 사람들뿐이었습니다. 매물 잠김 현상, 즉 팔 의향이 있어도 세금 부담 때문에 매도를 포기하고 보유를 선택하는 현상이 확고해진 셈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눈을 돌린 게 바로 등록임대사업자 물량입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비상경제본부 회의에서 "조정대상지역 매입임대아파트 사업자에게 영구히 주어지던 양도세 중과배제 혜택이 조세 형평 측면에서 과도하다"고 직접 언급했습니다.
양도세 중과배제 혜택,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나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는 2017년 문재인 정부 시절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명목으로 본격 활성화됐습니다. 8~10년의 의무 임대기간을 지키고, 임대료를 연 5% 이상 올리지 않는 조건을 충족하면 정부가 여러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구조였습니다.
핵심 혜택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양도세 중과배제: 집을 팔 때 중과세율 대신 일반세율 적용
-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 종부세 계산 시 해당 주택을 주택 수에서 빼줌
- 장기보유특별공제: 최대 30%까지 양도차익에서 공제
여기서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란, 여러 채의 주택을 가지고 있어도 등록임대 주택은 보유 주택 수에 포함하지 않아 세 부담을 낮춰주는 제도입니다. 재산세나 종부세 혜택은 등록 말소 전까지만 유지되지만, 양도세 중과배제는 말소 이후 집을 팔 때도 계속 적용된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이게 바로 정부가 '영구 혜택'이라고 표현한 부분입니다.
2020년 8월, 아파트 신규 매입임대 등록은 폐지됐습니다. 그러나 기존 등록 물량은 여전히 혜택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서울 내 매입임대 아파트는 4만 3,682채에 달합니다([출처: 국토교통부](https://www.molit.go.kr)). 2018년 전후로 집중 등록된 8년 장기 임대 물량이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의무기간을 마치게 되면서, 정부로서는 이 매물을 시장으로 유도할 기회가 생긴 셈입니다.
장기보유특별공제란 주택 보유 기간이 길수록 양도차익에서 공제해주는 비율을 높여주는 제도로,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다주택자 양도세 유예 종료와 동시에 이 장특공제 혜택도 함께 사라졌기 때문에, 남아 있는 등록임대 사업자들에게 부여된 혜택이 더욱 두드러져 보이는 상황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정책을 믿고 등록임대에 들어간 사람들 입장에서는 '약속을 바꾸겠다'는 이야기로 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정부 정책을 믿었던 매입임대사업자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저도 그 지적이 틀리지 않다고 봅니다. 규칙을 중간에 바꾸면 다음 정책의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점은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신호입니다.
매물이 풀리면 집값도 잡힐까, 전세시장은 괜찮을까
정부의 기대는 단순합니다. 등록임대 사업자가 양도세 부담을 앞두고 매도에 나서면 잠긴 매물이 시장에 나오고, 공급이 늘어나 집값 상승세를 꺾을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5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5% 올라 상승폭이 더 확대됐습니다([출처: 한국부동산원](https://www.reb.or.kr)). 매물 감소와 키맞추기 수요가 맞물려 오히려 집값이 오르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제가 직접 현장 분위기를 들어보니, 이미 움직일 사람들은 다 움직였고 남은 물량은 쉽게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습니다.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에 따르면 올해 종료 예정인 서울 소재 장기 일반 매입임대 아파트는 약 2만 5,000가구 수준인데, 이 중 상당수는 비아파트일 가능성도 있다는 점도 변수입니다.
더 걱정되는 건 전세시장입니다. 등록임대 주택 상당수는 세입자에게 전세로 공급되던 물량입니다. 이 주택들이 매각되면 매매 공급은 일시적으로 늘 수 있지만, 전월세 시장에서는 오히려 임차 공급이 줄어드는 역효과가 생길 수 있습니다. 고령자 단독 소유 주택의 매물 유도 방안, 예를 들어 연금 연계 혜택이나 다운사이징 인센티브 같은 대안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결국 지금 시장이 원하는 건 한 방짜리 규제가 아니라 예측 가능한 신호입니다. 어떤 조건에서 혜택이 종료되는지 미리 명확하게 제시하고, 사업자들이 스스로 매도 타이밍을 결정할 수 있게 해야 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이번 매입임대 양도세 중과배제 논의는 단순한 세금 문제가 아닙니다. 부동산 정책의 신뢰성과 전세시장 안정이 동시에 걸린 사안입니다. 다주택자 보유 주택을 실거주자에게 돌려보내겠다는 방향 자체는 맞지만, 그 방식이 시장에 어떤 메시지를 주는지는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지금 등록임대 사업자나 관련 주택을 임차 중인 분이라면 정부 발표 추이를 주의 깊게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세무·부동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