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을 많이 내면 집값이 내려간다는 말, 실제로 맞는 걸까요. 저는 이 질문을 처음 진지하게 생각한 게 지인이 마포구 아파트 한 채 가지고 있는데 보유세 고지서를 받고 나서 "이게 나라냐"고 했을 때였습니다. 투기꾼도 아니고 20년 넘게 살아온 집인데, 집값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세금이 매년 올라가는 구조. 이걸 두고 '공정한 과세'라고 부를 수 있는지, 솔직히 저도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이중부담 구조, 한국만 이렇게 하나
한국의 부동산 세제를 들여다보면 이중부담 구조라는 표현이 딱 맞습니다. 이중부담 구조란 거래세와 보유세를 동시에 높게 부과하는 방식으로, 집을 살 때도 세금, 갖고 있어도 세금이 함께 무거운 상태를 말합니다. OECD 대부분의 국가는 거래세를 낮추고 보유세를 높이는 방향을 권고하는데, 한국은 양쪽 모두 높은 편입니다.
제가 직접 비교 자료를 찾아봤는데,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이 종합부동산세였습니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란 일정 기준 이상의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에게 재산세와는 별도로 국가가 추가로 부과하는 세금입니다. 문제는 이런 누진형 국가 부동산세를 운영하는 나라가 OECD 회원국 중 사실상 한국뿐이라는 점입니다. 미국, 일본, 영국, 독일은 지방세인 재산세만 부담하는 구조인데, 한국은 재산세에 종부세까지 이중으로 냅니다.
농어촌특별세를 포함한 종부세 최고세율이 연 6%에 달한다는 점도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싶었습니다. 단순 계산으로 20년이면 원금 전체를 세금으로 낸다는 의미인데, 베트남이나 중국 같은 국가들이 50년 토지 이용권을 부여하는 것과 비교하면 아이러니한 수준입니다. 조세 원칙 중 응익세(應益稅)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응익세란 납세자가 국가로부터 받는 혜택의 크기에 비례해 세금을 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지금 한국의 부동산 세제가 그 원칙에 부합하는지, 저는 회의적입니다([출처: OECD](https://www.oecd.org)).
양도세 82.5%, 숫자만 보면 이해가 안 됩니다
양도소득세 최고세율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제가 숫자를 잘못 본 줄 알았습니다. 다주택 중과세와 지방소득세를 합산하면 최고 82.5%에 달합니다. 양도소득세(양도세)란 부동산이나 주식 같은 자산을 팔아서 생긴 이익, 즉 양도차익에 부과되는 세금입니다. 비교를 해보면 미국은 20%, 영국은 24%, 독일은 장기 보유 시 0%, 일본도 약 39.63% 수준입니다.
한국의 82.5%는 이 중 가장 높습니다. 이렇게 되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시장에서는 이미 답이 나왔습니다. 팔면 세금을 너무 많이 내야 하니까 그냥 안 파는 겁니다. 이걸 매물 잠김 현상이라고 합니다. 매물 잠김이란 과도한 세 부담 때문에 집주인이 매도를 꺼려 시장에 나오는 매물 자체가 줄어드는 현상입니다. 집값을 잡으려고 세금을 올렸는데, 결과적으로는 거래 절벽과 공급 부족을 동시에 만들어내는 역설이 생깁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세금으로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는 분들도 있는데, 제 경험상 이건 단기 효과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봅니다. 미국이나 독일처럼 장기 보유에 대해 비과세 또는 과세 이연을 적용해 매물 유통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방식이 시장 왜곡을 훨씬 덜 만듭니다. 과세 이연이란 당장 세금을 내지 않고 일정 조건이 충족될 때까지 납부를 미루는 제도로, 매도를 서두르지 않아도 되도록 유인을 주는 방식입니다.
주요 국가별 양도세 최고세율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한국: 82.5% (다주택 중과 + 지방소득세 포함)
- 일본: 39.63%
- 미국: 20%
- 영국: 24%
- 독일: 0% (10년 이상 보유 또는 2년 실거주 시)
공시가격 급등이 끝이 아닙니다
공시가격 문제는 단순히 재산세 한 항목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공시가격이란 정부가 매년 고시하는 부동산의 공식 기준 가격으로, 재산세와 종부세는 물론 건강보험료 산정 등 각종 행정 계산의 기준이 됩니다. 즉, 공시가격이 오르면 재산세만 오르는 게 아니라 건강보험료 등 생활 전반의 부담이 동시에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소득이 없는 은퇴자가 서울에 집 한 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봅니다. 집값이 올랐다고 해서 매달 현금이 더 생기는 건 아닌데, 세금 고지서는 해마다 두터워집니다. 강남권이 아닌 마포, 성동, 동작 같은 비강남 지역 1주택 직장인들까지 보유세 부담이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저는 이 상황이 세금 설계의 문제라고 봅니다.
정책이 자주 바뀌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조세 예측 가능성이란 납세자가 앞으로 얼마를 내야 할지 미리 예측하고 계획을 세울 수 있는 환경을 말합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 공정시장가액비율 같은 행정 변수가 달라지면 납세자 입장에서는 내년 세금이 얼마일지 가늠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세금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세금 설계가 문제"라는 말에 저는 크게 공감합니다.
임대차 3법도 비슷한 맥락에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임차인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였지만, 결과적으로 전세 매물 급감과 전셋값 폭등, 전세의 월세 전환 가속화라는 부작용이 나왔습니다. 비정상적인 세제와 규제가 시장을 왜곡하면, 그 피해는 가장 취약한 서민 임차인에게 먼저 돌아갑니다([출처: 국토교통부](https://www.molit.go.kr)).
정리하면, 지금 한국 부동산 세제의 핵심 문제는 세금이 높다는 것 자체보다 설계가 시장 원리와 어긋난다는 데 있다고 봅니다. OECD 권고처럼 거래세를 낮추고 보유세 구조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향, 그리고 종부세처럼 다른 나라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세제는 면밀히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금은 징벌이 아니라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공정한 비용이어야 한다는 말, 다시 한번 곱씹어볼 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세무·법률 조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세금 관련 사안은 반드시 전문가에게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mk.co.kr/news/politics/120432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