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지방선거 구청장 선거를 한동안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에 비하면 관심이 덜 갔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번 6·3 서울 구청장 선거를 들여다보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재건축·재개발 인허가 권한을 쥔 구청장이 바뀌면 내 아파트 사업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 이게 생각보다 훨씬 직접적인 문제였습니다.
한강벨트가 승부처가 된 이유
일반적으로 선거 판세는 이념 구도로 갈린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서울 구청장 선거만큼은 부동산 이슈가 훨씬 강하게 작동해 왔습니다. 특히 한강벨트, 즉 마포·용산·성동·광진·영등포·동작을 잇는 한강 인접 자치구들은 집값 변화에 민감한 자가 보유자 비중이 높아 부동산 정책 변화를 체감하는 속도가 다릅니다.
2022년 민선 8기 지방선거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25개 자치구 중 17곳을 가져갔고, 민주당은 8곳에 그쳤습니다. 4년 전인 2018년에 서초구를 제외한 24곳을 석권했던 민주당으로서는 완전한 역전이었습니다. 이 결과의 배경에는 문재인 정부 시절 급등한 집값과 보유세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보유세란 주택을 보유하는 동안 매년 납부해야 하는 세금으로,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를 합산한 개념입니다. 당시 서울 강남구 아파트 3.3㎡당 평균 가격이 8,430만 원, 용산구가 6,005만 원에 달했을 만큼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 보유세 부담은 실질적인 생활 문제였습니다([출처: KB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https://www.kbland.kr)). 그 반발이 표심으로 직결됐다는 해석은 당시에도, 지금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흥미로운 건 가격이 낮은 지역도 예외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도봉구와 구로구는 서울에서 아파트값이 낮은 편임에도 국민의힘이 이겼는데, 2018년 이후 4년간 상승률이 각각 102.3%, 92.1%에 달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절대 가격이 아니라 상승률, 즉 내 자산이 얼마나 빠르게 불었는가에 대한 체감이었습니다.
재건축 이슈가 표심을 흔드는 구조
이번 6·3 선거에서 부동산 표심의 핵심 변수는 단연 정비사업입니다. 정비사업이란 노후 아파트나 주택가를 철거하고 새 아파트를 짓는 재건축·재개발 사업 전반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이게 단순한 집 수리가 아닌 이유는, 사업 기간이 정비구역 지정부터 준공까지 평균 10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허다하고, 그 과정에서 구청장의 인허가 결정이 사업 속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제가 직접 관심을 갖고 살펴봤는데, 현재 한강벨트 일대에서 진행 중인 정비사업 규모가 상당합니다.
- 강남구: 개포주공 1단지(5,040세대), 은마아파트(4,424세대) 등 대규모 재건축
- 송파구: 잠실우성 4차 등 7곳 이주·철거 단계 진입, 잠실진주 등 준공 임박
- 용산구: 한남뉴타운 재개발(2003년 재정비촉진지구 지정)
- 마포구: 아현4동 포함 7곳 재개발·재건축 동시 진행
- 양천구: 목동 1~14단지 재건축, 신월·신정동 재개발 병행
-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 대규모 재건축, 신길·영등포 도심 재개발
이 지역 주민 입장에서는 구청장이 누가 되느냐가 사업 속도와 직결됩니다. 현역 구청장은 그동안의 추진 실적을 성과로 내세우고, 도전자는 지연 책임론을 공격 포인트로 삼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유세 일정을 동작·광진·성동·용산·마포 등 한강벨트에 집중하면서 '닥치고 공급', 즉 적극적인 주택 공급 의지를 내세운 것도 이 맥락에서 읽힙니다. 재정비촉진지구란 노후 불량 주거지를 광역 단위로 묶어 계획적으로 정비하는 구역으로, 개별 재건축보다 사업 규모가 크고 이해관계가 복잡합니다.
'집값=표심'이라는 공식이 이번엔 다를 수 있는 이유
저는 처음에 이번 선거도 2022년 패턴이 반복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살펴보면서 이게 꼭 그렇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한강벨트 아파트 보유자들은 보수화 경향이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집값 이슈가 반드시 특정 정당 지지로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실제로 목동처럼 집값과 보유세 부담이 큰 지역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꾸준히 당선되는 사례가 있어 왔기 때문입니다.
또 한 가지 변수는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 개편 논의입니다. 장기보유특별공제란 주택을 오래 보유할수록 양도소득세 과세표준에서 일정 금액을 공제해주는 제도입니다. 쉽게 말해 오래 보유한 집을 팔 때 세금을 깎아주는 혜택인데, 정부가 이 혜택을 실거주자로 좁히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국민의힘은 이를 부각해 서울 자가 아파트 보유자의 심리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서울은 아파트 단가가 높아 장특공 혜택 변화에 민감한 보유자가 많기 때문에, 세제 개편안이 선거 막판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은 충분해 보입니다.
다만 아직 세제 개편안이 확정된 것도 아니고 실제 세 부담이 발생한 것도 아닌 만큼, 현 시점에서 직접적인 표심 변화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합니다. 기초지자체장이 보유세·양도세 같은 국세 정책을 직접 결정할 권한은 없습니다. 구청장은 정비구역 지정이나 인허가 등 지역 개발 행정에서 역할을 하지, 세제 자체를 바꿀 수는 없다는 점도 유권자들이 현실적으로 따져봐야 할 부분입니다([출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https://www.nec.go.kr)).
[사진출처 : 세계일보]
결국 이번 선거에서 부동산 표심은 단순히 집값 오르내림보다는 내 아파트 재건축이 언제, 어떻게 진행되느냐는 실질적 경험과 더 가깝게 맞닿아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선거 전날까지 각 구청장 후보의 정비사업 공약과 실적을 꼼꼼히 비교해보는 것이 이번만큼은 정당 지지율보다 더 의미 있는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부동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실제 투자나 부동산 관련 결정은 전문가와 상담하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v.daum.net/v/202605220503411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