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든 적 있으십니까. 담은 게 별로 없는데 계산대 숫자가 너무 빠르게 올라간다는 느낌. 저는 요즘 그 상황이 반복되면서 자연스레 발길이 다이소 쪽으로 향하더군요. 그런데 저만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편의점도, 대형마트도, 심지어 면세점까지 지금 다이소라는 기준점 앞에서 전략을 완전히 뜯어고치는 중입니다.
유통 지각변동: 대형마트와 편의점이 다이소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올해 4월 다이소의 월간 카드 결제 추정액은 2,182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저는 이 수치를 보고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3년 전과 비교하면 53.8% 폭증한 수준인데, 같은 기간 이마트는 -7.4%, 롯데마트는 -8.4%로 역성장했습니다([출처: 모바일인덱스](https://www.mobileindex.com)). 한쪽이 줄어드는 동안 다른 한쪽이 커지는 이 구도,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구조적인 전환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마트는 올해 3월 초저가 자체브랜드(PB)인 '오케이 프라이스' 상품군을 353종으로 늘리고, 5,000원 이하 균일가 섹션인 '와우샵'을 30개점까지 확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PB(Private Brand)란 유통업체가 직접 기획하고 자체 브랜드를 달아 판매하는 상품을 말합니다. 제조사 마진이 빠지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롯데마트도 500원 우유, 1000원 티슈, 4,950원 균일가 화장품 코너를 내놓으며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근처 이마트 와우샵 코너를 들러봤는데, 솔직히 말해 아직 다이소만큼의 밀도나 상품 구색은 아니었습니다. '다이소처럼 보이려는 노력'이 느껴지긴 했지만, 소비자가 체감하는 결은 확연히 달랐습니다. 다이소는 30년 가까이 가격 역산 전략, 즉 판매 가격을 먼저 정한 뒤 그에 맞는 상품을 소싱하는 방식으로 노하우를 쌓아온 곳입니다. 가격 역산 전략이란 원가에서 출발해 가격을 정하는 일반적인 방식과 반대로, 소비자 가격부터 확정하고 역으로 공급망을 설계하는 방식입니다. 이걸 30년 동안 3만여 종 이상의 상품에 적용해온 집적된 역량은 쉽게 복제되지 않습니다.
편의점도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GS25, CU 등은 1,500원 균일가 베이커리를 시작으로 뷰티, 건강기능식품, 소용량 의류까지 비식품군을 다이소식으로 빠르게 재편하고 있습니다.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다이소는 단순한 저가 채널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 상한선을 다시 설정한 플레이어"라고 분석했습니다. 저도 이 말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이제 소비자들 머릿속에는 '이 정도 물건이면 얼마면 충분하다'는 기준이 이미 새로 박혀 있거든요.
다이소가 유통업계에 가져온 변화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대형마트: PB 상품 강화 및 균일가 섹션 신설로 가격 경쟁력 대응
- 편의점: 비식품군(뷰티·의류·건기식) 초저가·소용량 모델 확대
- 면세점: 외국인 객단가 하락, 다이소로의 소비 이탈 심화
외국인 관광객의 새 성지: 명동 다이소가 바꿔놓은 소비 풍경
제가 얼마 전 명동에 갈 일이 있었는데, 다이소 명동역점 앞 풍경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평일 오후인데도 커다란 캐리어를 세워두고 환전한 외화를 손에 쥔 채 계산 금액을 맞춰보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줄지어 있었습니다. 12층 규모 매장 안에서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가 동시에 들렸고, 화장품 코너 앞에는 직원이 진열을 채우는 속도보다 관광객들이 담는 속도가 더 빠른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제 경험상 이 정도 열기는 면세점에서나 보던 장면이었습니다.
실제 수치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올해 1~2월 다이소의 해외 카드 결제 신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70%까지 뛰었습니다. 면세점이 외국인 관광객 유입 증가에도 불구하고 객단가(고객 1인이 한 번 방문 시 지출하는 평균 금액)가 오히려 줄고 있는 것과 정반대의 흐름입니다. 객단가란 말 그대로 손님 한 명이 평균적으로 쓰는 돈을 뜻하는데, 이 수치가 떨어진다는 건 방문자는 늘어도 지갑은 덜 열린다는 의미입니다.
이 현상의 배경에는 몇 가지 구조적 이유가 있습니다. K콘텐츠 인기가 높아지면서 K뷰티 제품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폭발적으로 커졌고, 원화 약세로 한국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데다, 틱톡과 샤오홍슈 등 SNS에서 '한국 다이소 추천템 리스트'가 빠르게 퍼진 영향이 컸습니다. 관광객들이 현지에서 SNS를 통해 제품 정보를 미리 파악하고 매장에 들어오는 방식, 이른바 O2O(Online to Offline) 소비 패턴이 다이소와 딱 맞아떨어진 셈입니다. O2O란 온라인에서 정보를 접한 소비자가 오프라인 매장으로 직접 이동해 구매하는 소비 흐름을 말합니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같은 대형 뷰티 브랜드들이 다이소 전용 상품군을 앞다퉈 늘리는 것도 이 흐름을 반영합니다. 과거에는 프리미엄 채널에 집중하던 브랜드들이 이제는 다이소를 K뷰티의 신규 유통 플랫폼(Distribution Platform)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유통 플랫폼이란 제조사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중간 거점 역할을 하는 채널을 의미합니다. 다이소가 단순히 저렴한 물건을 파는 곳에서, 글로벌 소비자를 향한 브랜드 노출 창구로 위상이 바뀐 것입니다([출처: 이데일리](https://www.edaily.co.kr)).
앞으로의 시나리오도 주목할 만합니다. 다이소는 이미 전국 주요 지역에 800평 규모의 대형 직영점을 빠르게 늘리고 있고, 올해 매출은 5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균일가를 1만 원대까지 확장하거나, 균일가 적용이 어려운 카테고리는 외부 브랜드를 숍인숍(Shop-in-Shop) 형태로 입점시키는 방안도 업계에서 거론됩니다. 숍인숍이란 한 매장 안에 또 다른 브랜드 매장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집객력이 강한 공간을 가진 쪽이 브랜드를 '불러들이는' 구조입니다.
[사진 출처 : 네이트 뉴스]
결국 다이소가 더 무섭게 느껴지는 이유는 아직 성장이 멈추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지금처럼 대형 직영점이 늘고 상품 카테고리가 의류·뷰티·소형가전까지 확장되는 속도라면, 가까운 미래에 '다이소 안에 이마트가 입점'하는 역전 구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지금 가성비 소비가 고민이시라면, 다이소 방문 전에 SNS나 공식 앱에서 신상품 목록을 먼저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저도 그렇게 하고 나서부터는 불필요한 지출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유통 시장 전체가 다이소식 기준에 맞춰 재편되는 흐름인 만큼, 이 변화를 소비자 입장에서 잘 활용하는 쪽이 현명한 선택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