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 뜨자마자 증시 앱을 열어보는 분, 저만 그런 게 아니겠죠. 다우지수가 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소식에 미국은또 잔치 모드다라는 그 기분이었습니다.
다우지수 최고치와 이란 협상, 시장이 베팅한 건 무엇인가
2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장 대비 294포인트(0.58%) 오른 50,579.70으로 마감했습니다.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입니다. S&P500지수도 0.37% 상승하며 금요일 종가 기준 8주 연속 주간 상승세를 기록했는데, 이는 2023년 12월 이후 가장 긴 주간 상승 랠리입니다.
이날 시장을 움직인 가장 큰 재료는 미국-이란 간 핵 협상 진전 기대였습니다. 카타르와 파키스탄이 동시에 테헤란에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도 "약간의 진전이 있었다"고 공개 발언했습니다.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양측 간 견해차가 여전히 깊다"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지만, 시장은 비관론보다 낙관론 쪽에 더 무게를 뒀습니다.
여기서 호르무즈 해협이 왜 중요한지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호르무즈 해협이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해협으로,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이곳을 통과합니다. 이란이 이 해협을 봉쇄할 경우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자극받는 구조입니다. 협상 타결 기대가 높아진다는 건, 이 리스크가 완화된다는 신호로 시장이 받아들인 겁니다. 제가 직접 이 흐름을 지켜보면서 느낀 건, 시장은 결국 '최악의 시나리오가 얼마나 멀어졌는가'에 반응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자 채권시장도 함께 안정됐습니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2.6bp(1bp=0.01%포인트) 하락한 4.558%를 기록했고, 30년 만기 국채 금리도 4bp 이상 내려 5.06% 안팎에서 거래됐습니다. 여기서 채권 금리와 주가의 관계를 잠깐 짚자면, 채권 금리가 오르면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지고 상대적으로 채권 매력이 커져 주식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대로 금리가 내려가면 주식 시장으로 돈이 흘러드는 구조입니다. 이번 주 초 채권 시장 불안이 증시를 압박했던 것과 정반대의 흐름이 하루 만에 나타난 셈입니다.
이번 랠리를 떠받친 요소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미국-이란 핵 협상 진전 기대로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 10년·30년 만기 미 국채 금리 동반 하락으로 투자 심리 개선
- 퀄컴, 델 테크놀로지스, HP 등 주요 기업 호실적 발표
- 헬스케어, 유틸리티, 산업재, 기술주 등 S&P500 9개 업종 동반 상승
오션 파크 자산운용의 제임스 세인트 오빈 CIO는 "기업 실적 시즌이 매우 긍정적이었고, 채권 시장이 진정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매우 고무적인 신호"라고 분석했습니다([출처: 연합뉴스](https://v.daum.net/v/20260523061031595)). 솔직히 이 발언, 저도 어느 정도 공감했습니다. 악재가 하나씩 걷히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느껴졌거든요.
엔비디아·메모리 반도체 약세, 한국 투자자에게 남은 숙제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불편한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다우가 최고치를 경신하는 날, 왜 엔비디아는 이틀 연속 내렸을까요?
엔비디아는 이날 1.90% 하락했습니다. 불과 이틀 전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과 가이던스를 내놨음에도 주가는 맥을 못 추고 있습니다. 마이크론은 1.46%, 샌디스크는 4.09% 밀렸고, 메모리 반도체 전반이 약세를 보였습니다. 반면 AMD는 3.99% 뛰었고, 퀄컴은 무려 11.60% 급등하며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상승을 주도했습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란 미국 필라델피아 증권거래소가 산출하는 반도체 관련 주요 종목들의 주가지수로, AI 투자 흐름과 글로벌 반도체 업황을 가늠하는 대표 지표입니다. 이 지수가 올랐다는 건 반도체 섹터 전체가 강했다는 의미지만, 제가 직접 종목별 흐름을 뜯어보니 엔비디아와 메모리 계열만 빠지고 나머지가 올랐습니다. 이건 업황 전반의 강세라기보다 종목별 순환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엔비디아 약세의 원인으로 시장에서는 세 가지를 거론합니다. 실적 발표 전에 이미 기대감을 너무 많이 선반영했다는 것, 기대 수준이 너무 높아 좋은 실적도 실망으로 읽힌다는 것, 그리고 AMD 같은 경쟁사들이 추격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흐름은 AI 관련 주식들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입니다. 실적 발표 전날 주가가 고점을 찍고, 발표 당일 혹은 다음 날부터 내려오는 식입니다.
이 흐름이 한국 투자자에게 중요한 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때문입니다. 두 종목은 메모리 반도체, 특히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에 직결되어 있습니다. HBM이란 여러 개의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 만든 고성능 메모리로, AI 서버에 탑재되는 엔비디아 GPU와 함께 쓰이는 핵심 부품입니다. 엔비디아와 마이크론이 동반 약세를 보이는 날은, 코스피 대형주에도 부담이 됩니다. 실제로 제가 그날 코스피를 확인했을 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비우호적인 흐름이었습니다.
한 가지 더 짚고 싶은 건 주택담보대출 금리입니다. 같은 시기 미국의 30년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가 6.51%까지 올라 지난해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출처: 프레디 맥 (Freddie Mac)](https://www.freddiemac.com)). 채권 금리가 하루 하락했다고 해서 대출 금리 부담이 바로 해소되는 건 아닙니다. 증시 랠리 이면에 실물 경제가 아직 적지 않은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 저는 이 부분이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정리하면, 이번 랠리는 분명 의미 있는 흐름입니다. 하지만 엔비디아와 메모리 반도체가 뒤처진 채로 다우 혼자 최고치를 찍는 구조는 한국 투자자 입장에서 온전한 호재로 읽기 어렵습니다. 이란 협상이 실제 타결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국채 금리 안정이 일시적인지 추세적인지를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단기 랠리에 올라타는 것보다, 방향성이 확인된 다음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아래 이루어져야 합니다.
참고: https://v.daum.net/v/202605230610315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