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다니면 집을 더 쉽게 살 수 있다는 말,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주변을 살펴보니 이게 단순한 소문이 아니었습니다. 사내대출로 강남에 집을 산 30대가 실제로 통계에 잡히고 있고, 의사·변호사 같은 전문직 30대는 수십억 원 대출로 신고가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같은 30대인데 왜 이렇게 다를까, 그 구조가 궁금해졌습니다.
사내대출로 강남을 사는 30대
올해 1~3월 주택자금조달계획서(주택 구입 시 자금 출처를 신고하는 서류)상 '회사지원금·사채' 항목을 통해 집을 산 건수가 1,401건, 금액으로는 1,777억 원에 달했습니다. 이 중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65.4%로, 무려 916건이 30대 매수였습니다([출처: 국토교통부](https://www.molit.go.kr)).
제가 이 수치를 처음 봤을 때 느낀 건 "저 사람들은 대체 어느 회사에 다니는 걸까"였습니다. 저 역시 직장인이지만 사내대출이라는 복지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회사에 다니고 있어서, 이 숫자가 꽤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이 자금이 어디로 몰렸는지를 보면 더 선명해집니다. 2021년부터 올해 3월까지 누적 기준으로 강남구에 투입된 사내대출 금액이 2,365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서초구 1,845억 원, 용산구 1,457억 원, 송파구 1,154억 원 순이었습니다. 이른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 투입된 금액이 서울 전체의 38%에 해당하는 5,346억 원이었습니다.
사내대출 활용 현황을 연도별로 보면 추세가 더 뚜렷합니다.
- 2020년: 전체 조달계획서 대비 2.30%
- 2021년: 1.11%로 감소
- 2022년: 0.84%로 저점
- 2023년: 1.79%로 반등
- 2024년: 1.91%
- 2025년: 2.45%로 상승
부동산 규제가 강화될수록 오히려 사내대출처럼 은행권 밖의 자금 조달 수단이 더 주목받는 역설적인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셈입니다.
전문직 30대와 DSR의 현실
사내대출로 집을 사는 30대가 있다면, 또 다른 30대는 개인 소득을 기반으로 직접 수십억 원대 대출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지난달 강남3구와 용산구 매수자 4,432명 중 30대는 1,206명으로 27.21%를 차지했는데, 이는 2023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제가 직접 접한 사례 중에도 30대 초반 의사가 강남권 아파트를 15억 원 대출로 구입했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과장된 말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이런 거래가 공식 등기 자료에서도 다수 확인되고 있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구조에 있습니다. DSR이란 연간 총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현재 금융권은 이를 40%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연 소득이 높을수록 대출 한도도 비례해서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스트레스 DSR 2단계를 적용해 15억 원을 빌리려면 연 소득이 약 2억5천만~3억 원은 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여기서 스트레스 DSR이란 금리가 오를 가능성을 미리 반영해 실제 적용 금리보다 높게 잡아 대출 한도를 산정하는 방식입니다. 변동금리 리스크를 대출자가 미리 감내하도록 설계된 규제 도구입니다.
결국 이 구조에서 유리한 사람은 의사, 변호사처럼 소득이 안정적으로 높은 전문직입니다. 서울시 관계자도 "반포 등 핵심지에서 10억 원 이상 대출을 일으키는 건 사실상 전문직에서나 가능한 규모"라고 인정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복지 격차가 만드는 자산 격차
제 경험상, 이 문제는 단순히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격차가 아닙니다. 같은 소득 수준이라도 어느 회사에 다니느냐에 따라 주택 구입 경쟁력이 달라지는 구조가 됐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사내대출은 통상 시중 금리보다 낮은 우대금리가 적용되고, LTV(주택담보대출비율) 규제를 받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LTV란 주택 가격 대비 대출 가능 금액의 비율로, 은행권에서는 지역과 주택 가격에 따라 이를 40~70%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내대출은 이 규제 밖에 있어서 실질적으로 더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하고 DSR을 강화해도, 사내대출이나 성과급처럼 은행권 밖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직장인은 규제 충격을 상대적으로 덜 받습니다. 반면 같은 소득이라도 그런 복지가 없는 직장인은 똑같은 집을 사기 위해 훨씬 좁은 선택지 안에서 경쟁해야 합니다([출처: 한국부동산원](https://www.r-one.co.kr)).
이런 구조를 보면 주택시장 양극화의 원인이 단순히 소득 차이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직장 복지 격차, 직군 간 소득 격차, 그리고 규제의 사각지대가 겹치면서 자산 격차를 더 빠르게 키우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출처 : 매일경제]
정리하면, 지금 강남 신고가를 만드는 주체가 30대로 이동한 건 단순한 세대 교체가 아닙니다. 사내대출이라는 복지 인프라와 전문직 고소득이라는 두 축이 맞물려 만들어진 결과입니다. 같은 30대라도 어떤 직장, 어떤 직군에 있느냐에 따라 부동산 시장에서의 위치가 달라지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택 구입을 고려하고 있다면 DSR 기준과 본인 소득 대비 실제 대출 한도를 먼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또는 부동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실제 주택 구입이나 대출 결정 전에는 반드시 전문가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mk.co.kr/news/realestate/11353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