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월세 전환 (임대인 우위, 전세 가뭄, 역차별)

  솔직히 저는 이 정도까지 빠르게 바뀔 줄은 몰랐습니다. 전세가 우리나라 고유의 주거 문화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은 신규 계약 둘 중 하나가 월세인 시대가 됐습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서 50~60대 은퇴자들은 이도 저도 못 하는 처지에 놓이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건 단순한 시장 변화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임대인 우위 시장, 집주인이 '갑'이 된 이유

 서울 광진구의 한 중개사가 전한 일화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시세보다 1억 원 저렴한 전세 매물 하나를 보겠다고 평일 낮에 엘리베이터 앞에 5~6팀이 줄을 섰고, 두 팀이 동시에 계약 의사를 밝히자 집주인이 그 자리에서 돌변해 월세로만 놓겠다고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도 처음 이 얘기를 듣고는 "설마 그게 가능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서울 임대차 시장의 수급 밸런스를 보면, 그게 완벽하게 가능한 구조입니다.

 수급 밸런스란 공급량과 수요량이 얼마나 균형을 이루는지를 나타내는 개념입니다. 쉽게 말해 집을 빌리려는 사람이 많고 물건이 적으면, 집주인이 조건을 바꿔도 세입자는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됩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2025년 5월 기준 서울 전·월세 물량은 약 3만 426건으로 1년 전 4만 6450건과 비교해 34.5%나 줄었습니다. 1년 새 매물 3분의 1이 사라진 셈입니다.

 여기에 입주 물량 감소가 기름을 붓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R114 공동 발표 기준, 올해 서울 입주 예정 물량은 2만 7158가구, 2027년은 1만 6975가구로 집계됩니다. 서울 적정 수요량으로 거론되는 연간 4만 8000가구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됩니다([출처: 한국부동산원] (https://www.reb.or.kr)). 제 경험상 이런 공급 부족이 단기간에 해소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착공부터 입주까지 최소 3~5년이 걸리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전세 가뭄 월세화 속도를 높이는 촉매제 역할

전세 가뭄이 월세화의 속도를 높이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2025년 3월 서울 아파트 신규 임대차 계약 9205건 중 월세 비중은 54.1%를 기록했습니다([출처: 국토교통부](https://www.molit.go.kr)). 1년 전 평균 42.6%였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1년 만에 월세 비중이 10%포인트 이상 뛰어오른 것입니다.

 임대인 입장에서도 계산이 달라졌습니다. 보유세란 부동산을 보유하는 것만으로 내야 하는 세금으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합친 개념입니다.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서 전세보증금을 올려봤자 세금을 내고 나면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 퍼지고, 차라리 매달 현금이 들어오는 월세나 반전세로 전환하는 집주인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임대인이 월세를 선호하는 배경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보유세 부담 증가로 전세 수익률이 실질적으로 낮아짐

- 전세 매물 부족으로 세입자가 줄을 서는 구조, 조건 변경이 쉬워짐

- 반전세·월세 전환으로 안정적인 현금 흐름 확보 가능

- 전세보증금 미반환 리스크(역전세 위험) 회피 가능


은퇴자에게 역차별이 되는 정부 정책

 솔직히 이 부분이 저는 가장 마음에 걸립니다. 다주택자 양도세 유예 정지, 비거주자 장기보유특별공제 폐지, 보유세 인상. 집값을 잡겠다는 취지는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 정책들의 타격을 가장 크게 받는 대상이 젊은 투기 세력이 아니라 30~40년간 직장 생활로 모은 집 한두 채가 노후 자산의 전부인 50~60대 은퇴자들이라는 점은 좀처럼 공론화가 안 됩니다.

 장기보유특별공제란 부동산을 오래 보유할수록 양도차익에서 공제해주는 세금 혜택입니다. 비거주자의 경우 이 공제가 폐지되면, 수십 년 전에 구입한 집을 팔 때 물가 상승분까지 포함된 명목 차익 전체에 높은 세율이 붙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투기 억제가 아니라 사실상 자산 몰수에 가깝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저는 60대 이상 은퇴자들이 집을 훔친 게 아니라고 봅니다. 그분들 상당수는 1990~2000년대에 직장을 다니며 허리띠 졸라매고 집을 마련했고, 이후에 노후 수입을 위해 1+1 전략, 즉 실거주 1채에 임대용 1채를 갖추는 방식으로 준비해온 분들입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보유세 폭탄, 공제 폐지, 양도세 강화라는 3중 압박으로 집을 팔고 외곽으로 나가라는 신호를 보내는 건 재산권 침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아파트 전세 공급 부족이 수급 밸런스를 무너뜨리고 있고, 주거비 부담이 계속 커지면 내 집 마련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 말이 맞다면, 월세화는 세입자에게도 장기적으로 불리한 결과를 낳습니다. 매달 나가는 월세가 쌓이면 전세 보증금이나 매매 자금을 모으기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주식 투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짚고 싶습니다. 주식을 사서 시세 차익을 얻는 것은 권장하면서, 부동산을 보유하고 임대 수입을 얻는 것은 투기로 모는 시각이 있습니다. 하지만 두 행위 모두 자산을 굴려 수익을 얻는 행위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지금의 정책이 부동산만 선택적으로 옥죄는 방향으로 흐른다면, 이건 역차별이 맞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젊은 신혼부부가 안정적으로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공급을 늘리는 정책은 당연히 필요합니다. 하지만 은퇴자들에게도 합법적으로 준비해온 노후 자산을 지킬 수 있는 똑같은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한쪽에만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으로는 임대차 시장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역차별

 이번 전세 가뭄 사태가 단기 현상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입주 물량은 2027년까지 회복이 어렵고, 집주인의 월세 선호는 더 굳어질 것입니다. 세입자라면 지금 계약 갱신 시점을 잘 따져보는 것이 현실적인 대비가 될 수 있습니다. 임대인이라면 자신의 세금 구조를 꼼꼼히 점검해야 할 시점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세무·법률·부동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는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43088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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