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개표 방송을 켜놓고 잠을 못 이긴 분들 많으셨을 겁니다. 저도 새벽 4시까지 화면을 붙들고 있었는데, 서울시장 선거 개표율이 92%를 넘어서도 두 후보가 48%대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장면은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더 눈길을 끈 건 서울시장 숫자보다 서울 25개 구청장 지도가 4년 만에 완전히 뒤집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서울 구청장 지도, 4년 만에 무슨 일이 생긴 건가
2022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서울 25개 자치구 중 단 8곳에서만 구청장을 배출했습니다. 당시 저는 그 결과를 보면서 '이게 이렇게까지 무너질 수 있나' 싶었는데, 이번 6·3 지방선거에서는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판이 뒤집혔습니다. 4일 오전 6시 기준으로 민주당 후보가 17개 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었고, 최종 결과는 14~17곳 승리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집계가 나왔습니다.
이런 변화를 이해하려면 '스윙보터(swing voter)' 지역이라는 개념을 알아야 합니다. 스윙보터란 특정 정당에 고정되지 않고 선거마다 지지 정당을 바꾸는 유권자층을 뜻하는데, 서울에서는 마포·영등포·광진·강동 등 한강을 끼고 있는 이른바 한강벨트 지역이 대표적입니다. 2022년에는 이 벨트에서 민주당이 성동구 하나만 겨우 건진 상황이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이 지역을 되찾은 방식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마포구와 영등포구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국민의힘 후보를 두 자릿수 득표율 차이로 앞서는 장면은, 4년 전의 판세와 완전히 달랐습니다. 선거 지형 분석에서 자주 쓰이는 '풍향계 지역'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풍향계 지역이란 전체 민심의 흐름을 가장 민감하게 반영하는 지역구를 의미하는데, 이번 선거에서 한강벨트가 그 역할을 충실히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전통적 보수 텃밭인 강남구(65.89%)와 서초구(66.40%)에서는 압도적 우위를 유지했습니다. 서초구는 1995년 민선 지방자치 출범 이후 단 한 번도 보수 정당 후보가 패한 적이 없는 곳이라는 점에서, 이번 결과 역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핵심 승부처 분석: 송파, 종로, 경기 특례시
제가 이번 선거에서 가장 주목하게 된 지역은 송파구였습니다. '강남 3구'로 묶이는 강남·서초·송파 중에서 송파만큼은 민주당이 탈환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선거 내내 나왔는데, 실제 개표 결과 민주당 조재희 후보가 51.49%로 재선을 노리는 국민의힘 서강석 후보(48.50%)를 앞섰습니다. 강남 3구의 균열이 생긴 것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종로구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승부처였습니다. 4년 만의 리턴매치, 즉 이전 선거에서 패한 후보가 다시 맞붙는 구도에서 민주당 유찬종 후보가 52.52%를 기록하며 현역 구청장 정문헌 후보(47.47%)를 앞섰습니다. 저는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종로는 상징적 무게감이 있는 지역이라 결과가 더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이번 선거의 주요 지역별 판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서울 한강벨트(마포·영등포 등): 민주당 두 자릿수 차이로 압도
- 강남·서초구: 국민의힘 65% 이상 득표로 수성
- 송파구: 민주당 51.49% 대 국민의힘 48.50% 초접전 끝 민주 우위
- 경기 수원·화성·고양(특례시): 민주당 10~20%포인트 이상 앞서
- 성남시: 국민의힘 신상진 후보 50.40%로 당선
경기도 상황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특례시(特例市)란 인구 100만 명 이상의 대도시에 광역시에 준하는 행정 권한을 부여한 도시를 의미합니다. 수원·화성·고양·용인 4곳 중 3곳에서 민주당이 선두를 달렸는데, 특히 화성에서 민주당 정명근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를 20%포인트 이상 앞선 수치는 꽤 압도적이었습니다. 2022년 경기에서 22명의 기초단체장을 배출했던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아프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숫자입니다([출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https://www.nec.go.kr)).
한편 이재명 대통령이 시장을 역임했던 성남시에서는 국민의힘 신상진 후보가 50.40%로 친명(친이재명) 핵심 민주당 후보를 눌렀습니다. 이 결과는 친명계에 대한 지역 민심의 반응이 단순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상 이런 '텃밭 역전' 결과는 단순히 인물론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선거 결과, 앞으로 뭘 봐야 하나
이번 지방선거가 남긴 가장 큰 과제는 서울시장 선거의 결말이었습니다. 개표율 92.30% 시점에서 정원오 후보 48.84%, 오세훈 후보 48.44%의 숫자는 사실상 동률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두 후보 간 표 차이가 1만 9천여 표까지 좁혀진 상황, 이걸 직접 화면으로 보고 있자니 2002년 대선 개표 방송이 생각날 정도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투·개표 지연이라는 변수도 발생했습니다. 송파구·동작구·영등포구 등 일부 지역에서 투표 용지 부족 사태가 벌어지면서 개표율이 60%대에 머무는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선거 행정의 신뢰성, 즉 선관위(선거관리위원회)의 현장 관리 역량 문제는 이번 선거 이후 반드시 짚어야 할 대목이라고 봅니다.
[사진출처 : 동아일보]
출구조사(exit poll)는 선거 당일 투표소 밖에서 유권자를 직접 면접 조사해 결과를 예측하는 방식입니다. 방송 3사 공동 출구조사에서 정원오 후보가 5.4%포인트 앞설 것으로 예측됐지만 실제 개표는 그보다 훨씬 좁은 격차로 나타났습니다([출처: 한국방송공사 KBS](https://www.kbs.co.kr)). 출구조사와 실제 득표 간 오차가 이 정도라면, 여론조사 방법론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구청장 지도를 거의 뒤집은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것이 민주당의 실력보다 현 정치 지형에 대한 민심의 반응에 더 가깝다고 봅니다. 4년 뒤 다시 판이 뒤집힐 가능성도 충분히 열려 있다는 뜻입니다. 이번 결과를 두고 어느 쪽이든 쉽게 자축하거나 낙담하기보다는, 지역 유권자들이 무엇에 반응했는지를 차분히 들여다보는 것이 더 생산적일 것입니다. 선거 결과를 주의 깊게 살피시는 분들이라면 이후 선거구별 득표 데이터를 직접 확인해 보실 것을 권합니다.
참고: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26182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