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500이 9% 오르는 동안 버크셔 해서웨이 주가가 오히려 4% 내려갔다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저는 처음 이 수치를 봤을 때 솔직히 눈을 의심했습니다. 수십 년간 '시장을 이기는 주식'의 대명사였던 버크셔가 이렇게 뒤처지고 있다는 사실이 쉽게 와닿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금 버크셔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상대수익률로 보면 버크셔는 이미 20년을 잃었다
버크셔 해서웨이 주가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해하기 쉬운 부분인데, 절대적인 주가 자체는 사상 최고치 대비 불과 6% 아래에 머물러 있습니다. 문제는 상대수익률(Relative Performance)입니다. 여기서 상대수익률이란 특정 주식이 기준 지수, 이 경우 S&P500 대비 얼마나 더 잘 또는 못했는지를 나타내는 비교 지표입니다. 절대적으로 오르더라도 지수보다 덜 오르면 상대수익률은 마이너스가 됩니다.
뉴욕의 독립 리서치 기관 22V 리서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버크셔와 S&P500의 상대적 성과 비율이 2007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고 분석했습니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2007년에 S&P500 인덱스펀드 대신 버크셔 주식을 산 사람과 그냥 인덱스펀드를 산 사람이 지금쯤 비슷한 수익률을 손에 쥐고 있다는 뜻입니다. 약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버크셔가 만들어낸 알파(Alpha), 즉 시장 대비 초과 수익이 사실상 증발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알파란 시장 평균을 넘어서는 추가 수익을 뜻하는 투자 용어로, 투자 실력이나 전략의 우위를 측정하는 데 흔히 쓰입니다.
제가 직접 BRK.A와 SPY(S&P500 추종 ETF)의 비율 차트를 들여다봤는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가파른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단순히 한 해 부진한 게 아니라, 추세 자체가 꺾인 모양새였습니다. 이쯤 되면 '일시적인 침체인가, 구조적인 변화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버크셔의 상대 성과가 꺾인 주요 원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S&P500 상승을 주도하는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등 AI 핵심 수혜주에 대한 투자 부재
- 보험, 철도, 에너지, 코카콜라 등 전통 산업 중심의 포트폴리오 구성 유지
- 4,000억 달러에 육박하는 현금성 자산이 강세장에서 수익률을 희석시키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
가치투자의 원칙이 AI 장세에서 통하지 않는 이유
버크셔 해서웨이가 엔비디아 같은 AI 수혜주를 외면해온 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닙니다. 이건 워런 버핏이 수십 년간 지켜온 가치투자(Value Investing) 철학의 필연적 결과입니다. 가치투자란 기업의 내재가치(Intrinsic Value), 즉 기업이 실제로 벌어들이는 현금 흐름과 자산 가치를 따져 저평가된 주식을 사는 전략입니다. 화려한 성장 스토리보다는 검증된 수익 구조를 중시합니다.
이 원칙 덕분에 버크셔는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때 시장을 크게 앞질렀고, 2008년 금융위기에서도 상대적으로 선방했습니다. 저는 그 당시의 성과를 보면서 버크셔야말로 위기 때 빛나는 주식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AI가 주도하는 시장에서는 그 원칙이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현재 S&P500 지수 상승의 상당 부분은 시가총액 상위 7개 기술 기업,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Magnificent 7)'이 이끌고 있습니다([출처: S&P Global](https://www.spglobal.com)).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메타, 알파벳, 아마존, 테슬라가 그 주인공입니다. 버크셔는 애플 지분을 상당히 보유하고 있고 알파벳 주식도 일부 편입했지만, AI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인 엔비디아에는 끝내 발을 들이지 않았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른 문제입니다. 가치투자의 프레임 안에서는 엔비디아의 주가수익비율(PER)이 정당화되기 어렵습니다. PER이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투자자가 기업 이익 1원에 얼마를 지불하고 있는지 나타내는 밸류에이션 지표입니다. 엔비디아의 PER은 전통적인 가치주 기준을 수십 배 초과하는 수준이라, 버핏의 원칙으로는 손을 댈 수가 없는 구조입니다. 원칙이 틀린 게 아니라, 시장이 일시적으로 다른 언어를 쓰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현금보유 4,000억 달러, 기회인가 짐인가
버크셔의 또 다른 화두는 현금성 자산입니다. 2025년 1분기 기준 버크셔가 쌓아둔 현금성 자산은 약 4,000억 달러, 한화로 600조 원이 넘습니다. 이 규모가 어느 정도냐면, 대한민국 1년 국가 예산과 맞먹는 수준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현금을 쌓아두는 것이 전략이라고 해도, 이 정도 규모면 단순한 대기 자금이 아니라 포트폴리오의 핵심 구성 요소가 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낙관론자들은 이 현금이 시장 급락 시 대규모 우량주를 헐값에 매수할 수 있는 대기 실탄이라고 봅니다. 실제로 버핏은 2008년 금융위기 때 골드만삭스와 제너럴일렉트릭에 초유리한 조건으로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례가 있습니다. 그 '구원투수' 역할을 다시 기대하는 시각입니다.
반면 비판론자들의 시각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강세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4,000억 달러가 시장에 투입되지 않고 머니마켓펀드(MMF)나 단기 국채에 잠들어 있다면, 그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은 막대합니다. 기회비용이란 어떤 선택을 했을 때 포기한 차선의 가치를 뜻합니다. S&P500이 9% 오르는 동안 현금으로 묶인 자산은 그 수익을 고스란히 날린 셈입니다.
여기에 신임 CEO 그렉 아벨의 자사주 매입 재개 속도도 논란거리입니다. 약 2년간 전면 중단했다가 최근 소폭 재개에 그치면서 기관 투자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자사주 매입(Buyback)이란 기업이 시장에서 자사 주식을 다시 사들여 유통 주식 수를 줄임으로써 주당 가치를 높이는 주주환원 방식입니다. 이를 더 공격적으로 집행했다면 주가 하락폭을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출처: CNBC](https://www.cnbc.com)).
버핏 본인도 이미 2023년 주주 서한에서 "현재 사업 포트폴리오 구성상 버크셔는 미국 평균 기업보다 약간 더 나은 성과에 만족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말이 예고가 아니라 고백처럼 들리는 건 저만의 느낌이 아닐 것입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장기 성과 자체가 훼손된 것은 아닙니다. 버핏이 경영권을 쥔 이후 수십 년 누적 수익률은 S&P500의 약 두 배에 달합니다. 하지만 지금 시장이 묻고 있는 질문은 과거의 성과가 아니라 앞으로의 방향입니다. AI가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는 시대에 가치투자 원칙이 어떻게 작동할지, 그렉 아벨 체제가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버크셔를 이미 보유하고 계신 분이라면 지금 당장의 상대 수익률보다 장기 관점에서 이 회사의 현금이 언제, 어디에 쓰일지를 더 눈여겨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참고: https://news.einfomax.co.kr
https://v.daum.net/v/QDrK6oPKls?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