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전날 밤, 주변에서 "이번엔 사전투표 했어?"라는 말이 이렇게 많이 들린 적이 없었습니다. 저도 이번 6·3 지방선거 사전투표를 직접 다녀왔는데, 투표소 앞 줄이 평소보다 확연히 길었습니다. 뚜껑을 열어보니 전국 최종 사전투표율이 23.5%로 2014년 사전투표제 도입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수치 하나가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는 게 새삼 흥미롭습니다.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 지역 온도차가 컸습니다
이번 사전투표율이 유독 눈에 띈 건 단순히 전국 평균이 높아서가 아니라, 지역별 편차가 극명하게 갈렸기 때문입니다. 전북이 35.1%로 가장 높았고, 전남·광주가 34.1%로 뒤를 이었습니다. 반면 대구는 18.7%로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같은 선거인데 지역에 따라 투표 열기가 이렇게 달라진다는 사실이 더 실감 납니다. 4년 전 지방선거와 비교하면 경북이 유일하게 사전투표율이 하락했고, 대구는 3.9%p 오르면서도 여전히 최저권에 머물렀습니다. 서울은 전체 평균과 비슷한 23.8%였고, 경기·부산·인천 등 수도권·광역시는 21%대로 전국 평균을 밑돌았습니다.
전북의 높은 사전투표율을 두고 해석이 분분했는데, 무소속 김관영 전북도지사 후보는 이를 "중앙당의 거수기가 아니라는 자존의 표현"이라고 했습니다. 민주당이 당론을 앞세워 공천을 강행한 것에 대한 도민들의 반응이 투표율로 나타났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꽤 설득력 있는 해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역 민심이 중앙당 결정보다 앞설 수 있다는 것을 숫자로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투표율 해석을 놓고 여야가 서로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는 모습도 예상대로였습니다. 높은 투표율이 야당에 유리한지, 여당 심판론을 반영하는지는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선거 전부터 투표율 숫자 하나로 유불리를 재단하는 건 솔직히 말씀드리면 좀 소모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부동산 정책, 선거 끝나면 본격 시작입니다
사전투표율 이야기를 꺼낸 이유 중 하나는 선거 이후 부동산 정책 변화가 맞물려 있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정부 출범 1년을 넘기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은 이른바 '삼중 강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서 삼중 강세란 매매가격 상승, 전월세 가격 상승, 매물 감소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세 가지가 한꺼번에 나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뜻입니다.
올해 1월부터 5월 넷째 주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누적 상승률은 3.68%로, 지난해 같은 기간 1.86% 대비 두 배 가까운 수치입니다([출처: 한국부동산원](https://www.r-one.co.kr)). 전세 역시 작년 동기간 0.59% 오르던 것이 올해는 누적 3.47%로 격차가 더 벌어졌습니다. 특히 전세수급지수가 5월 넷째 주 116.1을 기록하며 2021년 3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습니다.
전세수급지수란 전세 시장에서 공급 대비 수요가 얼마나 초과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100을 기준으로 200에 가까울수록 매물을 구하는 사람이 내놓는 사람보다 훨씬 많다는 의미입니다. 116이면 이미 공급 부족이 꽤 심각한 수준이라는 뜻입니다.
공급 지표도 좋지 않습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서울 아파트 준공(입주) 물량이 9,277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676가구의 절반 수준에 그쳤습니다([출처: 국토교통부](https://www.molit.go.kr)). 착공 물량 역시 같은 기간 4,564가구로 전년 대비 33.4% 줄었습니다. 제 경험상 공급이 줄기 시작하면 전세부터 흔들리고, 전세 불안이 매매 수요를 자극하는 흐름이 반복됩니다. 이번에도 그 패턴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강남만 잡으면 된다는 공식이 깨졌습니다
이번 부동산 시장에서 제가 가장 주목한 변화는 이른바 '강남-비강남 디커플링' 현상입니다. 디커플링이란 원래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던 두 가지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분리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강남권 가격이 잡히는 동안 비강남권 가격이 오히려 뛰는 상황입니다.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조치 종료 방침을 발표하면서 강남3구(서초·강남·송파구)와 일부 한강벨트 지역은 한동안 약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 성북, 강서, 관악, 서대문, 구로 등 중저가 지역 가격이 크게 올랐습니다. 동탄구의 올해 아파트 매매가 누적 상승률은 4.48%, 전세 상승률은 5.15%로 서울 평균을 이미 웃돌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지금 서울·수도권 부동산 시장에서 나타나는 주요 변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 강남3구 중심의 가격 조정이 중저가 지역 가격 상승을 막지 못하는 구조
- 전세 물량 부족이 임차인을 매수자로 전환시키는 흐름 심화
- 동탄구 등 수도권 비규제지역으로 갭투자 수요 이동
갭투자란 전세를 낀 상태로 주택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액(갭)만큼만 자기 돈을 투입해 부동산을 취득하는 전략을 말합니다. 규제지역에서 밀려난 수요가 비규제지역으로 쏠리는 건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이라, 솔직히 이번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세제개편, 선거 이후 어떻게 움직일까요
6·3 지방선거가 끝나면 부동산 시장의 또 다른 변수가 본격 가시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바로 세제개편입니다. 정부가 다주택자 보유세 강화, 장기보유특별공제 실거주 요건 강화 등을 지속적으로 언급해온 만큼, 선거 이후 구체적인 논의가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장기보유특별공제란 주택을 오래 보유할수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 이익을 줄여주는 제도입니다. 이 공제 혜택을 실제 거주한 기간에 연동시키면, 집을 갖고만 있고 살지 않는 비거주 1주택자의 세금 부담이 커집니다. 강남권 고가 주택 보유자에게는 상당한 영향이 예상됩니다.
공급 측면에서는 비아파트 공급 확대가 핵심 카드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란 아파트가 아닌 형태의 주거 시설을 통칭하며, 공급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정부는 내년까지 수도권 비아파트 4만 1천 가구, 2030년까지 11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제가 이 계획을 보면서 든 생각은, 단기 공급 확대가 실제 시장에서 체감되려면 착공부터 입주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입니다. 정책 발표와 실제 주택 시장 안정 사이의 시차가 항상 문제였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지정 여부도 관심사인데, 동탄구 등 상승세가 가파른 경기 비규제지역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란 투기 과열이 우려되는 지역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토지 거래를 사전에 허가받도록 규제하는 구역을 말합니다.
[사진출처 : 매일경제신문]
사전투표율 하나가 선거 분위기를 보여주듯, 지금 부동산 시장 지표들도 꽤 분명한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세제개편이 실제로 강북·중저가 시장 가격까지 잡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정책 프레임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하는 국면이 왔다고 생각합니다. 매수를 고려 중이라면 선거 이후 세제개편 방향과 규제지역 지정 변화를 먼저 확인하고 움직이시는 것이 현명해 보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부동산·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참고: https://stock.mk.co.kr/news/view/1096510